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평범한 것을 소중히 다루는 지혜

2008-09-10 (수)
크게 작게

▶ 김성수 목사 <페닌슐라 한인침례교회담임>

옛날엔 모든 것이 귀했습니다. 종이도 귀하고 연필마저 귀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좋은 공책이 생기면 소중하게 다루었습니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미제 만년필 하나가 제 손에 들어 왔습니다. 얼마나 귀했던지 정말 소중히 다루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모든 것이 풍성하다보니 소중한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희고 깨끗한 종이도 여러 장 대수롭지 않게 버립니다. 옷도 흔하고 신발도 여러 켤레이고 모든 것이 여벌이 많다보니 소중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진도 막 찍었다가 지우면 되고 구태여 현상할 필요가 없이 컴퓨터에 저장하면 되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이니 사진 한 장의 귀함도 덜 합니다. 책도 하도 쏟아져 나오니 책의 귀함도 별로입니다. 배고프던 시절엔 삶은 계란 하나 먹어도 영양 보충 했다고들 했는데 이제는 노른자는 버리고 흰자만 드는 분들도 많습니다. 소중한 것이 줄어드는 세대에 살고 있나봅니다.
당신에겐 아직 소중한 것이 있습니까?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다룰 줄 모르는 세대에 사는 우리가 평범한 것도 소중하게 다루자고 권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 소중한 것은 물론 평범한 것마저 소중히 다룰 때 삶은 풍성해 집니다.
Bret Harte 라는 분의 글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 개척시절 어느 개척지의 광산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아기의 엄마는 좀 천한 여인이었는데 아기를 낳자마자 산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 아기를 남자들만 사는 광산캠프에서 키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개척지의 광산, 그것도 여자란 한명도 없는 남자들만의 세계가 얼마나 거칠었겠습니까?
조금도 부드러움이라고는 없이 거칠기만 한 그 곳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아기를 살려놓고 보자고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처음엔 여자 한분을 모셔다가 이기를 보게 하려고 했지만 이런 험한 곳에 어느 누가 정신 나갔다고 오겠느냐고 생각도 말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또 이런데 오겠다고 하는 여자는 벌써 알아줘야 할 형편없는 여자일터니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리라는 의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키워보자고 결정이 되었습니다. 우선 아기가 잘 아기 침대를 제각기 성금을 내어 아주 좋은 것으로 사 들였습니다. 좋은 아기 침대를 방안에 들여놓고 보니 방안의 다른 가구들이 너무 지저분하여 아기 방만은 깨끗하고 좋은 가구를 사기로 결정하여 아기 방이 어느새 깨끗하게 꾸며졌습니다.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당번은 세수를 깨끗이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일하는 도중이라도 아기를 한 번 안아보고 싶으면 먼저 손부터 깨끗이 씻어야 했습니다. 모두들 죽지 않고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기를 보며 좋아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술 먹고 별 것 아닌 일로 난폭하게 치고받던 사람들이 아기가 깨면 안 된다고 제각기 쉬쉬했습니다. 아기 방이 깨끗하다보니 주위의 더러움이 너무 차이가 나 보여 주위도 쓸고 닦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그 캠프는 너무나 변한 모습이 되었답니다.
평범한 아기지만 자기들 힘으로 소중하게 키워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이런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평범한 아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다보니 그런 좋은 결과가 난 것입니다. 귀한 것을 귀하게 다룰 때 결과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것마저 소중하게 다룰 때 인생은 더 풍성해 집니다.
당신은 소중한 것을 소중히 다루십니까? 아니 평범한 것마저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시렵니까? 혹시라도 모든 것이 너무 흔하다 보니 그만 소중한 것도 소중한 줄 모르게 되어 버리지는 않으셨겠지요?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