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펀드’ 미국의 헷지펀드 이렇게 돈번다
shareholder activism
Written by David Lee, President, Venture Source Group LLC.
‘주식회사 미국’의 벤처 중심지인 이 곳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상장기업들 사이에 최근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라는 용어가 하나의 유행처럼 자주 들린다. 헤지펀드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대해 자기 지분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의 간섭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나스닥에 상장한 한 실리콘밸리의 중견 하이텍회사의 경우 최근 경영실적이 미미하자 아무도 모르게 한 헷지펀드가 각각의 다른 이름으로 주식의 10%를 사들였다.
그리고 주가가 5% 정도 상승한 후 최고 경영자의 실적을 신랄히
비판하고 개인신상의 소문까지 들추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진을 물러나게 했다. 이 헤지펀드는 이후 기업의 핵심 사업구조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눈에 확 띄는뉴스를 만들어 내면서 6개월 내에 주가를 무려 13%나 끌어 올렸다. 지분 10%를 가진 헤지펀드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실리콘 밸리의 많은 경영자들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헤지펀드들은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주주총회 등 합법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경영에 반영시킴으로써 정부규제 내에서 합리적으로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회사를 나누어 분사(Spin-off)를 시킨다든지, 단기적 이윤 극대화를 위해 회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팔아치운다든지, CEO(최고경영자)의 확인되지 않는 소위 ‘카더라’ 식의 인신공격과 아무런 근거 없는 사생활의 잘잘못을 공론화시켜 헤지펀드에 유리한 경영진 또는 전략적 방향을 강요한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뒤 보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워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추구한다. 매우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경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헤지펀드들의 행태를 보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헤지펀드들은 오직 단기적인 이익과 투자금 회수에만 관심을 갖지, 기업의 비전, 장기투자, 제품개발연구 등에는 관심이 없다. 정부나 금융감독원의 규제와 감독이 일반 금융기관처럼 심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헤지펀드가 상장기업에게 항상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내부에서 보기 힘든 문제를 찾아내서 해결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의 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업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더 좋았지만 실제 경영성과는 미미했다. 기업의 잠재력에 비해 경영자들이 제대로 경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경영자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한 헤지펀드가 지분을 매입한 뒤 기업 경영진을 조이기 시작하자
주식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먼저 주식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투자회사의 이름으로 조금씩 매입한다. 그래서 총지분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에게 급격한 변화를
요구한다. R&D(기술개발) 확대, 시장 확대, 서비스 품질개선 등을 요구하고 주주가 경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범위를 더욱 확대한다. 이러한 행동의 목표는 시장의 판단, 즉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만약 주가 상승에 성공하면 이러한 헤지펀드의 행동은 높이 평가할 만한다. 게릴라식 헤지펀드의 공격이 없다면 회사는 무능한 경영자 때문에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원래 개인들이 자금을 모아 투자활동을 하는 개인투자펀드에서
출발했다. 지난 1949년에 알프레드 잔즈라는 주식투자자가 설립한 회사명이 헤지펀드였다. 이 회사는 주가가 하락할 때 이윤을 내는 공매도 전략과
주가상승시 파는 일반적인 투자전략을 병행해 시장위험을 최대로 줄였다. 또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해주는 대가로 매년 총펀드의 1.5~2%의 관리비를 받는다. 또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때에는 총이윤의 20% 이상을 사례비로 받는다. 미국의BP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T. 분 피켄스(Pickens)는 지난 2005년 한해에만 15억달러(약1조5000억원)의 관리비와 투자사례비를 받았다. 투자자들이 관리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관리자들은 일반펀드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률을 내서 투자자들에게 보답한다.
이러한 사적인 배경 때문에 미국의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뮤추얼펀드나 연금펀드 보다 정부의 직접적인 제한이나 규제를 덜 받는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헤지펀드는 비교적 장기간에 투자되는 기술투자보다는 단기이익이나 현금화가 빠른 유동자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대략 미국내 7,000여개의 헷지펀드사가 있는데 이중 95%가 10년도 되지 않은 투자사들이고 한 펀드매니저가 50억불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데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를 들어, P 펀드사의 27살의 조지는 최근 2천만불을 가지고 C사의 주식을 사들어 13%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된 다음 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160%이상의 이익을 냈다
실리콘밸리지역에서 하이텍주나 바이오주에 투자되고 있는 헷지펀드는 타성에 젖어 있거나 내부적인 문제들을 깨우치지 못하는 경영자들에게 일종의 자종역할을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목적이 단기이익에 촛점을 마추어져 있어 잡음이 있을 수 있으나 헷지펀드사가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은 잘 나가고 있는 기업보다는 실제 시장가격보다 평가절하되어 있는 기업들일 가능성이 크고 단기간내 그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