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학생 엄마들이 변하고 있다

2008-06-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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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원 등 업체에 일자리 문의 쇄도

▶ 루니화 상승…유학․생활비 부담 원인

한국에서 남편이 보내주는 송금으로 자녀 교육에만 신경을 썼던 ‘유학생 엄마’들 중 일부는 최근 캐나다 달러 폭등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생활전선으로 뛰어드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생 엄마들을 업무상 자주 만나는 유학원 관계자들은 “3-4년 전만 하더라도 유학생 엄마하면 오전에 자녀들 학교 보내고 오후 방과후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픽업하러 갈 때까지 시장을 보거나 아는 지인들을 만나 커피 잔을 나누며 수다를 떨던 ‘우아한 이미지’가 우세했다면 지금은 이런 모습보다 루니화 급등에 따른 늘어난 재정부담을 어떻게 하면 덜 수 있을까 고민하는 ‘구두쇠 엄마’로 변화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코퀴틀람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S모 원장은 “유학생 엄마들로부터 최근 홈스테이 할 학생 소개시켜달라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원화대비 캐나다 달러 급등이 가져온 변화라고 지적했다.


다운타운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J모 원장도 “자녀유학을 위해 캐나다에서 6개월 이상 머문 유학생 엄마들을 중심으로 넓은 집을 렌트해 홈스테이를 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학원 관계자들은 더욱이 현지에서 돈을 벌면서 자녀를 유학시키겠다는 장기적 계획을 한국에서부터 세밀하게 세우고 자신들의 자녀뿐만 아니라 친인척 자녀들을 데리고 캐나다 유학길에 오르는 경우도 이제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세태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상류층이라면 자녀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에 의뢰해 단기유학이라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한국 부모들이 많아 경제적인 짐을 덜고 싶어하는 유학생 엄마와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녀들의 학비를 면제받기 위해 취업비자를 신청,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이민 관련회사 관계자들은 “루니화가 급등하면서 유학비용과 생활비 부담이 커져 자구책 마련차원에서 유학생 엄마들이 나서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인사회에서 그동안 씀씀이가 큰 고객으로만 통했던 유학생 엄마들의 이미지가 이제 환율급등이라는 난관을 맞아 ‘생활력 강한 아줌마’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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