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촛불집회 찬반 온라인서‘微風’

2008-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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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론 분열”…“먹거리 장난 안돼” 논란

▶ 한인사회 동조움직임 거의 없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국에서 ‘촛불집회’로 연일 들끓고 있는 가운데 밴쿠버 지역에서는 일부 언론사 웹사이트에 한국정부의 쇠고기 수입 재협상에 대한 찬반논란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 사이에 이목을 끌고 있다.

밴쿠버 지역은 현재 한국처럼 오프라인에서 촛불집회 동조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황이며 대체로 한국의 촛불집회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느낌마저 강하게 풍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의 관심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이 ‘지금 한국에 10만 여명 촛불집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 탄핵으로 바뀌었다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캐나다 교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장문의 글을 게재하자 뒤따라 댓글이 30여건 올라와 찬반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댓글은 밴쿠버 지역 교민들의 보수성향을 반영하듯 한국 동포들처럼 촛불집회로 뜨거운 관심을 표출시키는 것보다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 동포들이 겪는 아픔에 동참하자는 소수의 반대 목소리가 실리는 양상이다.

댓글 내용을 보면, “육이오 전쟁 당시 한국이란 나라는 낙동강 전선만 달랑 남겨두고 풍전등화 신세로 벌벌 떨고만 있던 나약한 나라였는데 미국이 개입하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반 토막이라도 지켜주었는데…이제 와서 배은망덕하다”는 지적과 함께 “촛불시위 한다고 나라 정책이 바뀌면 누가 나라를 운영하겠냐”는 질타에 이르기까지 보수발언이 대세를 이고 있다.

반대로, “내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의심스런 것을 먹이려는 옆집사람한테도 대국적으로 대할 것이냐”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의 당위성을 지적하는 글과 함께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런 혼란이 일고 있다”는 평론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밴쿠버 지역의 주된 오피니언들은 본국에서 나타나는 촛불집회의 분위기와는 조금 상반된 모습을 드러내면서, “촛불집회가 단순한 문화축제 분위기에서 이탈조짐을 보이며 조금씩 과격해지고 불법시위로 변질되는 가운데 정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줘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버나비에 거주하는 정모(57세)씨는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현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정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새 정부가 우왕좌왕 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코퀴틀람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한국 정부가 국민의 뜻을 수렴해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너무 졸속 처리한 느낌을 갖는다”며 “생명과 직결된 먹거리에 대한 수입기준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3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출을 중단해주도록 미국에 요청했다고 밝힌데 이어 “미국측으로부터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쇠고기 고시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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