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압·경매·숏세일 쏟아져 정상매물 거래‘뚝’
헐값에 나온 고층 콘도는 유럽 투자자들이 매입
라스베가스 부동산 시장이 매물은 넘치고 있으나 정상적 거래를 원하는 실수요자는 극히 드물고 차압이나 경매 매물, 숏세일 등이 뒤엉켜 정상적 매물에 대한 바이어들의 인식이 거의 없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 가격에 대한 기준도, 지역에 따른 시세도 정확히 따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심지어는 한 동네에 마주보고 있는 유사한 두 주택이 하나는 25만달러에, 다른 하나는 33만달러에 팔리는 기현상을 보인 케이스도 있다는 것.
일반 주택의 경우 적게는 5%에서 많게는 40%까지 가격이 하락했으나 여전히 거래는 보기 드문 상황인데, 이는 주택 융자 요건이 대폭 까다로워진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BO 리얼티의 성 김씨는 “이제는 아무리 다운페이가 많고 크레딧이 좋아도 원하는 만큼 융자를 받을 수 없게 된 게 현실”이라며 “요즘 렌더들은 크레딧 점수 외에도 뱅크 스테이트먼트, 월 평균소득 등을 면밀히 따져서 융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최고의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던 라스베가스 고층 콘도들의 경우 대부분의 소유주들이 이미 다른 부동산에 투자 중이거나 자금난에 허덕여 덤핑매물로 시장에 내던진 지 오래다. 고층 콘도의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와 비싼 관리비, 세금 등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나온 매물은 지난해 가격보다 약 30~40%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럽의 투자자들이 주로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에 비해 유로화가 50%가량 절상되었고 부동산 가격은 40%가량 떨어졌으니 이들은 원래 가격의 30% 정도의 투자만으로 라스베가스 부동산을 사들이는 셈이다.
뉴스타 부동산의 스티브 이 지사장은 “지금이야말로 현금 가동력이 좋은 바이어들이 부동산 투자에 나설 최적의 시기라 생각된다”며 “비단 일반 주택뿐 아니라 커머셜 부동산도 약 2년 후를 바라보고 투자할 경우 큰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원정훈 리얼터는 “9.11이후 불과 3~4년만에 라스베가스는 유례없는 급성장을 이루었고, 시정부의 향후 전망에 대한 과대평가로 호텔을 비롯한 콘도, 주택단지의 개발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계획되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세계 전체의 경기흐름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스베가스는 개스비 상승에 따른 관광객 감소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 라티노 인구 이탈에 따른 소매시장 위축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기에 이곳 한인들에게는 지금처럼 한미 FTA와 무비자 관광에 대한 기대가 큰 적도 없는 것 같다.
<김문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