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식과 ‘찰떡궁합’와인 고르기

2008-05-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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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그라벨로’ 김치찌개 칼칼한 맛 살려

와인관련 만화 ‘신의 물방울’ 작가인 아기 다다시가 에세이 집 ‘와인의 기쁨’을 펴내 화제인 가운데, 이 책에서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에 대해 소개해 한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치와 가장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것으로 소개된 와인은 이탈리아의 ‘그라벨로’(Gravello)와 듀카 산펠리체(Duca Sanfelice)로 모두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그라벨로와 듀카 산펠리체 모두 매운(spicy) 맛으로 유명한 와인으로 김치 특유의 매운맛, 신맛, 짠 맛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프랑스에서는 ‘결혼’을 뜻하는 단어 ‘마리아주’(Marriage)라고 부른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륜지대사인 결혼에 비유하는 것이다. 최근 한인들 사이에 와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불고기와 김치 등 한국 음식에 와인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와인 곁들이기 까다롭다면 가장 까다로운 음식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국음식에 맞는 와인 고르기 노하우를 소개한다.

과일맛 강한 ‘리슬링’ 간장게장에 딱
불고기엔 ‘진판델’ 잡채는 ‘피노누아’
부침개는 샤도네 화이트 와인 어울려


▲요리의 맛과 색을 주시하라.
일반적으로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요리의 맛과 색이다. 레드와인은 육류, 화이트 와인은 생선에 곁들여 먹는다는 사실은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조차도 다 아는 상식.
그러나 사실 스테이크나 육류처럼 진하고 검붉은 소스가 들어가는 음식은 레드와인이, 생선회나 훈제처럼 소스가 없는 담백한 흰 요리에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어울리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육류는 레드와인, 생선은 화이트 와인 공식을 적용하기 보다는, 진한 양념으로 간을 한 생선조림엔 레드와인이 오히려 어울리고, 연한 소스를 끼얹은 닭고기는 육류라도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농후한 맛의 고기요리에는 레드와인을
양념을 진하게 한 불고기나 찜류에는 캘리포니아산 진판델(Zinfandel)을 곁들여 먹으면 좋고, 불고기나 제육볶음은 칠레산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어울린다. 태닌 성분이 많아 떫은 맛이 강한 와인은 고기요리나 치즈처럼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떫은맛이 줄어들고 음식의 맛을 더욱 돋워주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은 상큼한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를, 쇠고기 로스구이에는 셍테밀리옹(Saint-emilion)이나 메독(Medoc)이, 잡채는 태닌이 강하지 않은 피노누아(Pinot Noir)와 잘 어울린다. 한편 레드와인은 한국음식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된장과도 좋은 조화를 이룬다.


과일향이 나는 게부르츠트라미너는 짠맛과 매운맛이 강한 간장게장이나 젓갈류, 보쌈이나 빈대떡 등에 잘 어울린다.

▲김치에는 매운 와인
김치의 경우 매운맛과 신맛이 어우러졌으며 게다가 발효음식으로 짠맛까지 강해 이와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아기 다다시가 소개했듯, 이탈리아 남부에서 생산되는 그라벨로와 듀카 산펠리체는 아주 매운(spicy) 맛으로 김치와 잘 어울린다. 칼라브리아는 매우 더운 지방으로 토양이 메마르기로 유명한 곳인데 주요 포도 품종은 갈리오포(Gaglioppo)다. 이들 와인의 특징은 처음에는 부드럽지만 한 모금 넘기면 목안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이들 와인은 김치 이외에도 김치찌개나 전골처럼 향이 강한 음식과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프랑스 알사스 지방에서 생산되는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역시 특유의 매콤한 맛이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린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편 과일 맛이 강한 리슬링(Riesling), 게부르츠트라미너는 짠맛과 매운맛이 강한 간장게장이나 젓갈류에도 잘 어울린다. 태닌이 강한 레드 와인은 태닌 성분이 소금과 만나면 쓴맛이 강해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냉채나 부침개 등 소스가 연하고 담백한 요리에는 묵직하고 산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이 적격이다

▲담백한 요리는 산미가 높은 화이트 와인
냉채나 부침개 등 소스가 연하고 담백한 요리에는 묵직하고 산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이 적격이다. 한국을 방문했던 칠레 와인 업체 관계자는 냉채와 부침 전을 먹은 후 샤도네(Chardonnay)로 만든 칠레산 화이트 와인을 곁들일 것을 추천했다.
한편 드라이하고 풍미가 강하지 않는 화이트 와인은 초고추장을 사용한 음식에 곁들이면 고추장의 매콤한 맛이 약해져 매콤한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참치회의 경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레몬역할을 해 회의 신선도를 높이고 와사비 맛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여름에 특히 많이 즐기는 삼계탕은 깔끔한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이 적당한데 리슬링이나 게부르츠트라미너는 비릿한 닭 냄새를 누그러뜨려 준다.
과일향이 나는 게부르츠트라미너는 보쌈이나 빈대떡과도 환상의 궁합이다. 한편 양념 통닭 등 프라이드 치킨은 드라이한 리즐링을, 각종 튀김류에도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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