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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서브프라임 사태의 이해(3)

2008-05-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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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A에서 재미를 본 월스트릿 특히 헤지펀드들은 더 큰 수익을 원했다.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증권 유동화만을 목적으로 한 특수회사(SPC)를 설립했고, 적은 자금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했다. 2006년 기준 서브프라임이 전체 주택융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이하이나, 2차시장에서 발행된 채권(MBS, CDO)의 비율은 44%까지 달하는 걸 봐도 얼마나 많은 2차, 3차 파생상품이 생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특수 목적회사의 회계장부는 모회사의 재무구조에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반영되지않기 때문에 기초자산인 주택채권의 채무불이행 비율증가에 따른 파생상품과 특수목적회사의 가치변화 즉 손실정도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고수익, 고위험의 파생상품이 자산유동화 시장에 등장한 이유는 바로 채권보증회사와 신용평가기관 때문이다. 채권보증회사들은 투자은행이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발행한 고위험의 파생상품들이 시장에서 소화되도록 무차별적으로 지급보증을 섰다. 이들 채권보증회사는 원래 지방정부채 등만 보증을 서 피치,무디스 등 신용평가 기관으로부터 대부분 AAA의 투자등급을 받은 우량기업들이었다. 이 채권보증회사들이 지급보증한 파생상품의 신용등급은 실제 위험성과 투자등급에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채권보증회사들의 신용등급으로 매겨졌던 것이다. 즉 실제 BBB인 파생상품도 채권보증회사가 지급보증을 서면 AAA 투자 등급으로 변질,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월스트릿은 이점을 이용, 위험한 서브프라임 자산유동화 시장을 급속도로 확장시켰는데 이를 스스로 신용보강기법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채권보증회사들은 채권만 전문적으로 보증을 서기 때문에 통상 모노라인이라고 부르는데, MBIA, Ambac 등이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결국 서브프라임 융자의 시장구조는 고객·렌더·투자은행+채권보증회사+신용평가기관·기관투자자 등의 단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고위험의 파생상품에 투자한 많은 헤지펀드들이 투자은행의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결국 모두가 한통속인 셈이다. 탐욕스런 월스트릿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채권보증회사, 신용평가기관, 감독기관 등이 서브프라임발 전세계 신용경색의 주연이었다면, 렌더, 부정직한 융자인, 그리고 무분별한 주택구입자들은 조연인 셈이다. 최근 FRB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FRB 자금을 빌려주고 JP모건이 인수케했다. 주연이 망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살려주지만 조연인 일반국민들이 망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신용위기가 단순히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면 해결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라면 FRB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차입자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는 지불능력의 위기에 해당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향후 미국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80~90년대 영국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는 흥미로운 전망이 있어 소개한다. 영국 집값은 영란은행이 1987년 주가대폭락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고 돈을 푸는 바람에 급등하기 시작, 89년에 정점에 이른다. 마치 앨런 그리스펀이 닷컴버블과 9.11테러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려 주택거품을 부추긴 것과 흡사하다. 영국의 주택거품은 90년대 들어 붕괴, 집값은 96년까지 5년동안 고점대비 45%나 하락했다. 원인은 비슷하지만 결과는 다르길 바랄 뿐 이다.

(714)808-2491
스티브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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