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별 글라스 고르기

2008-04-30 (수)
크게 작게
얇고 투명해야 빛과 향 제대로 감싸안아

와인이 주는 아름다운 색상과 풍부한 향을 즐기기 위해서 와인 잔의 선택도 중요하다. 얇고 가벼우면서 투명한 잔을 선택하되 다리(stem)가 길고 잔 받침이 넓은 것이 안정감이 있고 체온이 와인에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좋다. 레드 와인은 태닌을 부드럽게 해주고 깊고 풍부한 향이 잘 분출될 수 있도록 잔의 볼륨이 큰 것이 좋고 샴페인은 미세한 기포를 즐길 수 있도록 길쭉한 플룻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르도 스타일과 부르고뉴 스타일을 구분하기도 한다. 와인 잔의 종류와 선택 방법 그리고 세척 방법 등을 알아본다.

잔 몸통 부피는 포도 품종·산지따라 틀려
레드와인 글라스 좀 더 크고 오목하게 생겨


◆와인 잔의 종류
다른 술잔들은 크기만 다를 뿐 일반 컵과 다르지 않은데 유독 와인 잔만 특이한 모양으로 생겼다. 와인 잔은 튤립이나 달걀 또는 풍선 모양의 몸통(bowl)에 가늘고 긴 다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와인 잔은 가운데 부분이 부풀어 있고 입구는 오므라져 있는데 이는 와인의 생명인 향을 날려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다리가 가늘고 긴 것은 잡은 손의 열이 와인에 전달되어 와인의 온도가 상승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이다. 반대로 같은 포도로 만든 코냑 등 브랜디를 마시는 잔의 경우 다리가 짧은데 이는 잔이 감싸 쥘 수 있게 만들어져 체온에 의한 향이 잔에 가득 퍼지도록 한 것이다.


와인을 음미할 때는 잔의 모양이 술의 향을 좌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와인 잔 선택 방법
와인 잔 몸통의 볼록한 정도는 포도 품종이나 산지,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와인은 입 안에 들어가 혀의 어느 부분에 먼저 닿는가에 따라 느끼는 맛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잔의 몸통 크기와 높이, 입구의 지름이나 경사각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감지되는 향과 맛이 다르므로 잔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레드와인을 마실 때 쓰는 잔은 좀 크고 오목하게 생겨서 떫고 텁텁한 맛을 잘 볼 수 있도록 와인이 혀의 안쪽 부분에 떨어지도록 한다. 화이트와인 글라스는 화이트와인의 상큼한 맛을 잘 볼 수 있도록 레드와인 글라스보다 덜 오목하여 와인이 혀의 앞부분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다.
샴페인 글라스는 탄산개스의 공기방울이 오래 올라올 수 있고 또 눈으로도 잘 볼 수 있게 튤립형으로 좁고 길게 생겼다. 와인 잔은 와인의 빛깔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맑고 투명해야 하며 별도의 문양이나 장식 등이 없어야 한다. 또한 입술에 촉감을 잘 느낄 수 있는 매끈하고 얇은 것이 좋다.

◆명품 와인 잔
▲리델 크리스털
19세기 말부터 매스터 글래스블로워(Master Glassblower)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오스트리아제 최고의 와인 글라스웨어이다. 이 업체의 사장이었던 클라우스 리델(Riedel)이 1973년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의 크리스털 글라스 시리즈를 발표한 이후 10가지의 다양한 크기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이후 그의 아들 게오르그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으며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와인글라스 컬렉션의 최고로 자리를 잡고 있다.
▲나하트만 크리스탈
독일에 있는 15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크리스털 제국이다. 나하트만(Nachtmann) 크리스털은 ‘트라브’ 컬렉션, ‘프리미엄’ 시리즈 등으로 나눠지면서 공예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명품 와인잔이다.
▲슈피겔라우
역시 독일제 제품으로 버건디 와인 잔으로 세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다. ‘슈피겔라우’(Spiegelau)는 견고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정받는다. 내구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매니아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와인 잔 세척방법
와인 잔은 너무 얇아서 어떻게 세척할지 조심스럽다.
와인 잔은 일단 따뜻한 흐르는 물에 닦는 것이 중요하다. 단, 세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세재가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척이 끝나면 천을 깔고 그 위에 뒤집어서 건조시켜 준다. 일단 건조된 잔은 스템 외에는 손으로 절대 만지지 않는다. 끓는 물에서 나오는 스팀을 쏘여주면 반짝이는 글라스를 만들 수 있다. 2개의 린넨 타월을 이용해 수증기를 쏘인 와인 잔을 닦아준다. 이때 2개의 타월을 사용하는 이유는 손자국을 와인 잔에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왼손으로 와인 잔 기둥을 잡고, 오른손으로 와인 잔 속을 닦아 준다. 절대 와인 잔 베이스를 잡고 비틀어가면서 와인 잔을 닦으면 안 된다.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