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부, 개정 이민법 ‘홍보 총력전’

2009-0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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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각료 줄줄이 출동‥ 소수민족 끌어안기 나서

▶ ’이민자 취업부진 주정부에 떠넘기기’ 우려도

제이슨 케니 연방복합문화부장관이 주말인 12일 오후 한인 언론과 만남을 가졌다. 다이앤 핀리 연방이민부장관이 언론간담회를 가진 지 3주, 이민부차관이 비공개 설명회를 연 지 사흘 만이다.

평소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장관들이 줄줄이 밴쿠버를 방문해 한인언론을 비롯한 소수민족 대표와 앞 다투어 만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 난민보호법 (Immigration and Refugee Protection Act) 개정안 때문이다.

이민부장관이 특정 분야와 특정인의 이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새 이민법은 자유당과 신민당 등 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캐나다에 필요한 인력을 우선적으로 심사하겠다는 새 이민법은 결국 이민을 경제논리로 풀어감으로써 가족 이민 신청자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수확대로 인한 감세 덕에 인기가 제법 높은 보수당으로서는 자칫 개정 이민법으로 인해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가 분명하다.


보수당의 새 이민법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미국 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방선진국 중 상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이런 황금기를 그냥 놓칠 수 없다. 특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BC와 알버타주는 “직원 못 구해 가게문 닫을 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민에서만큼은 케니 장관의 말대로 “캐나다가 필요한 인력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국가경쟁력으로 보나 국내사업환경으로 보나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갈 문제는 ‘캐나다가 필요한 인력’이 원하는 일자리를 얼마나 빨리 구하느냐의 문제다. 본국에서의 경력을 인정하는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정부 관할 직능단체가 갖고 있다. 한 직종당 한 단체씩만 해도 전국적으로 10여개의 단체가 있는 셈이어서 현 상황으로 보자면 이민자가 능력 없어서 본국과 같은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할 정도로 까다로운 자격인증때문에 취업 자체가 원천 봉쇄되고 있는 형국이다.

보수당이 실시 예정인 급행이민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의료인력의 경우 현재 모든 주정부는 영연방 이외 지역에서의 경력 인증을 해주지 않아 대부분의 의료직종 경력자들이 입국 후 엉뚱한 직종에 근무하고 있다. 새 이민법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주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아무리 빨리 수속을 진행시킨 들 고용시장의 변화가 없는 한 오히려 ‘고학력 이민자 과잉공급’만 초래되지 않을 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간 협상을 통해 이민자의 경력인증 절차와 조건을 완화하고 통일하는 편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하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해외경력인증사무소(FCRO)를 신설하고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수속안내’에 머무르고 최종 인증은 여전히 직능단체의 고유권한이다. 또 정부는 각 주 직능단체의 경력인증으로 인한 폐해는 BC주 변호사가 온타리오주 변호사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하지만 법은 고쳐서 나아지는 것이 존재이유지 현실의 불편한 법을 다른 법에도 하향평등하게 적용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신민당이 발의했던 이민법 개정 거부안이 자유당의 배신으로 부결됨으로써 개정안은 당분간 큰 반격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당은 개정 이민법에 목소리를 높여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막상 표결에서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권에 자신 없는 자유당으로서야 배신자로 욕먹는 편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편보다 낫다는 계산을 했겠지만 정치권의 속셈이 어떻던 지 간에 이번 개정안은 한계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심사체계를 적용한 다는 점에서 불필요하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이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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