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습한 날씨 최적 환경‘샤도네’도 일등품질 인정

나는 피노 누아를 살 때 거의 대부분 오리건주에서 생산된 것으로 고른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샌타마리아, 카네로스, 소노마 지역에서 좋은 피노 누아가 나오고 있지만 오리건주에서 나오는 것만큼 가격 대비 고르게 맛있는 피노 누아를 찾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오리건주는 프랑스 부르고뉴와 같은 위도 상에 위치한 데다 차고 습한 날씨가 피노 누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은 버건디 와인에 뒤지지 않는 깨끗하고 향기로운 맛을 선사한다.
맛있는 와인은 금방 수요가 증가하는 법. 오리건주가 요즘 미국의 주요 와인 생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네 번째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오리건주는 최근 와인 생산지역(AVA)이 계속 팽창하고 와이너리의 숫자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200여개였던 와이너리는 지금 370여개를 헤아린다. 물론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가족단위로 양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오리건 와인의 매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1년에 평균 5,000케이스 정도를 만드는 이 지역 와이너리들은 나파 밸리나 소노마 카운티와는 달리 시골길을 한참 따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산 중턱이나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찾아가기도 쉽지 않지만, 아직도 현지 테이스팅 룸을 방문해야만 살 수 있는 와인들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양이 늘면 질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공식과는 달리 오리건의 농부들은 퀄리티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덕분에 오리건 와인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농업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2004년과 2005년 좋지 않은 일기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으나 포도 수확 및 양조량은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 2007년에 170만케이스를 판매(2억708만달러)했다.
또한 피노 누아뿐 아니라 여러 품종을 다양하게 재배하기 시작, 현재 72개 종류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피노 누아가 잘 되는 지역에서는 샤도네도 잘 되기 때문에 오리건 지역은 샤도네 역시 뛰어난 맛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한해 동안 피노 그리의 생산량도 15%, 카버네 소비뇽은 33% 증가했다.
오리건에서 처음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1965년 UC데이비스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고 부르고뉴에서 피노 누아를 연구한 데이빗 레트(David Lett)가 윌라멧 밸리에 3,000그루의 피노 누아를 심은 것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면서 와인 생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966년 레드 힐스(Red Hills)에 에어리(Eyrie) 와이너리를 설립한 그는 79년 파리에서, 80년 본에서 열린 국제 와인대회에서 오리건 와인의 우수성을 입증함으로써 오리건주의 와인 생산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데이빗 레트는 로버트 몬다비가 나파 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것처럼 ‘파파 피노’라는 애칭과 함께 오리건 와인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포도재배 지역이 날로 불어나고 있는 오리건주에는 현재 15개 와인 생산지역(AVA-American Viticultural Area)이 분류돼 있다. 70%의 양조장이 몰려 있는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를 비롯해 얌힐 카운티(Yamhill County), 셰할렘 마운틴(Chehalem Mountains), 리본 리지(Ribbon Ridge), 레드 힐스(Red Hills) 등이 그것이다.

<오리건 주의 유명 와이너리들>
Adelsheim, Amalie Robert, Andrew Rich, Beaux Freres, Belle Pente, Bethel Heights, Chehalem, Cristom, Domaine Drouhin, Domaine Serene, Elk Cove, J. Christopher, J.K. Carriere, Ken Wright, Lemelson, McKinlay, Owen Roe, Patricia Green Cellars, Ponzi, Scott Paul, Shea, Sineann, Soter, Willakenzie, Witness Tree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