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 어떻게 보관할까

2008-03-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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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혀둬야 맛 안 달아난다

얼마 전 집안을 청소하던 중 그동안 잊고 지냈던 샴페인과 와인, 양주 등이 부엌 수납장 안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채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차”하는 생각과 함께 4-5년은 족히 지났을 샴페인과 와인을 개봉해 맛을 보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변해 있었다. 특별한 날 마시겠다며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아껴두었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신세가 됐다.
“완전히 밀봉돼 안전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불러온 결과였다.
요즘에는 와인이 선물용으로 자리잡으면서 웬만한 가정에는 한 두병씩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그리고 와인을 담고 있는 병 입구를 단단히 가로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 일반 사람들은 이 마개가 와인과 세상을 단절시켜 놓은 것처럼 완벽히 공기유입을 막는 것으로 생각,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원래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간직해 줄 것으로 믿는다.
물론 와인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화이트 와인은 구입한 뒤 빨리 마시는 것이 좋지만, 레드와인은 종류에 따라 오래 두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장기보관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있다.
문제는 보관방법이다.
아무리 값비싼 것이라도 보관법이 시원치 않다면 오묘한 맛은 온데 간데 없고, 나중에 실망만 남을 수 있다.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당장 마실 것이 아니라면 적당한 장소를 골라 보관해야 하는데, 반드시 눕혀 병 입구를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가 항상 적당히 젖어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간 세워둔 채 놓아둔다면 코르크 마개가 건조해 지면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 틈을 통해 공기가 병속의 와인과 접속하면 결국 산화작용이 이뤄져 맛이 변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와인 전문점이 아닌 동네 소형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입한다면 세워진 채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것은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햇빛을 피하고, 일정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 그리고 진동이 없는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와인셀러를 구입하는 한 것도 한 방법이다.
간혹 와인을 냉장고 안에 보관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데, 이는 각종 음식에서 발생한 냄새가 와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 만약 이런 저런 이유로 보관이 어렵다면 필요할 때마다 와인 전문점에서 구입해 마시는 것이 와인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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