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 상식-변호사라는 직업
2008-03-07 (금)
필자의 사무실에서 법률 서기로 4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일해 온 직원이 몇 달 후면 전국 최고 명문 법대 중 하나에 진학한다. LA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이었던 그가 노력 끝에 여러 아이비리그 법대에 합격해서 어느 곳을 선택할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필자가 법대에 진학하려 할 당시 평생을 걸어갈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기대감과 불안이 교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때로는 머리가 다 빠져버릴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사회에서 항상 명망을 얻고 있는 직업임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변호사 출신이고 많은 기업인들도 법조계 배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필자가 젊은 학생들이나 부모들로부터 어떻게 변호사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법대에 들어가는지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너무 세세한 내용은 지루할 수 있으므로 필자와 필자의 직원의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인가된 법대에 진학하려면 학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얼마나 좋은 대학을 다녔느냐가 좋은 법대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직원을 예로 들자면 그는 학비 부담 때문에 유명 대학을 갈 수 없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칼리지를 다녔다.
그런데 그가 여러 법대에 지원했을 때 결국 가장 중요했던 것은 출신 대학의 이름이 아니라 그의 성적과 활동이었던 것이다. 어느 대학에서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법대를 가는데 가장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정치학과를 나왔지만, 법대를 들어가는데 가장 좋은 전공이라는 것은 없다. 소위 법대 진학을 위해 좋다는 인기 전공을 하는 것이 오히려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 같은 전공의 지원자들이 너무 흔해 입학 경쟁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A학점을 맞는 것이 하기 싫은 전공을 하면서 그저 그런 성적을 거두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필자의 직원의 경우를 보라. 그는 영문학과에서 창작을 전공했는데, 그의 친구들이 항상 그런 ‘쓸데없는’ 전공을 해서 뭐하냐고 했었지만 결국 명문 법대 진학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지금 돌아보면 필자도 대학 시절에 누군가가 옆에서 이같은 조언을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다. 어떤 법대에 갈까, 어떤 분야의 법을 전공해야 하나, 변호사가 되면 어떤 길이 앞에 놓여있을까 등등의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전반적인 대학 교육을 즐기는데 좀더 시간을 썼어야 했다.
필자가 아껴온 직원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것을 보면서 법률 분야에 미래를 걸고자 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그같은 꿈의 실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13)388-9891
이종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