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명박 와인은 나파산 ‘클로 뒤 발’

2008-03-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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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만찬 테이블 장식
과일맛·꽃향기 일품
히딩크 감독도 즐겨
건배주는 한국‘감 와인’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렸던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프랑스산 ‘미셀 피카르’가 건배주로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일 와인’으로 불리며 한창 주가를 올렸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25일 제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한 외국 특사들을 위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최한 만찬에는 어떤 와인이 테이블에 올랐을까.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참석한 만큼 이들의 입맛을 충족시킨 와인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도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이같은 자리에 사용되는 와인을 놓고 크게는 국가 지도자의 취향과 성격까지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와인 그 자체를 놓고 보면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값비싼 것들은 아니다. 이날 사용된 ‘이명박 와인’은 부담없는 가격에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이날 만찬에 오른 와인은 다름 아닌 이곳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생산된 ‘클로 뒤 발 카버네 소비뇽’(Clos Du Val Cabernet Sauvignon)이었다.




‘클로 뒤 발 카버네 소비뇽’은 카버네 소비뇽(94%)과 메를로(3%), 카버네 프랑(3%) 세 가지 품종을 섞어 만들었으며, 풍부한 과일맛과 꽃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와인은 주요 자리마다 단골로 등장해 왔는데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과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이 와인이 사용돼 ‘대통령의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히딩크가 한국에 머물 당시 즐겨 마시고, 한국을 떠날 때는 와인병에 사인을 남긴 일화도 있다.
식전주로는 쓰여진 화이트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산 ‘루이 라투르 푸이 퓌세’(Louis Latour Pouilly Fuisse)가 등장했다.
샤도네 품종 100%로 만들어져 다양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상쾌한 첫 맛을 느낄 수 있다. 루이 라투르는 200년 전통의 와이너리로 프랑스 국빈 만찬이나 국제 행사에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만찬의 시작을 알리는 건배주는 한국산이 차지했다. 다름 아닌 ‘감 와인’이었다.
청도와인㈜에 따르면 감 와인은 씨없는 감인 청도반시 가공제품으로 ‘감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됐으며 맛과 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아 이번에 건배주로 사용됐다. 감 와인은 감 특유의 떫고 시고, 단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풍부한 아로마향과 부케향이 뛰어난 것이 특징으로 100% 감 만을 사용해 1년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특히 갓 만들어진 와인을 제대로 숙성시키기 위해 1898년 일제가 만들어 놓았던 구 남성현 터널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곳은 연중 평균기온이 섭씨 15도를 유지하고, 습도 또한 70-80%로 숙성장소로는 최고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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