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 상식-조씨 사망이 주는 교훈
2008-01-11 (금)
UCLA 미대를 졸업한 25세의 한인 마이클 조씨가 지난 12월31일 경찰의 총에 사망한 사건을 누구나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조씨는 라하브라의 한 편의점 앞에서 낙서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라하브라 경찰 소속 두 명의 경관들이 쏜 수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라하브라 경찰은 조씨가 타이어 교체용 쇠막대기를 들고 있었으며 마치 경찰관을 공격할 것처럼 움직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비극적 상황에 대한 설명은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 경찰은 결코 공권력을 과잉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진실은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이번 케이스에 대해 모든 사실들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감시카메라에 찍힌 장면 등으로 비춰볼 때 조씨가 경찰의 총격이 있기 전의 두 장면에서 경관들로부터 돌아서서 멀어져가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짧은 쇠막대기를 들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조씨는 경찰관을 향해 어떤 손도 들어 올리지 않았다. 더욱이 조씨는 다리가 불편해 경관들에게 달려들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한 한인 젊은이의 비극적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검찰과 라하브라 경찰측이 총쏘기를 좋아하는 소속 경관들의 공권력 남용을 인정하려 할지는 의문이다.
사건 발생후 한인 커뮤니티와 라하브라 경찰국 데니스 키스 국장이 만나 그의 설명을 들었는데 키스 국장은 물론 방어적 입장을 취하며 조씨가 경관들을 공격하려는 동작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진실을 드러내주는 대답을 기대하기 힘든 과시용 쇼에 불과했던 것 같다. 직접 이 모임의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필자는 이번 경찰에 의한 살인 뿐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한인 비즈니스와 커뮤니티 ‘리더’들은 비 한인 지역 정치인들이 손을 내밀 때마다 후원금을 갖다주기에 바쁘면서도 정작 한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개인이나 단체는 드물다.
더구나 이번 사건과 같은 부당한 일을 우리 중 한 명이 당했을 때 적극 나서서 한인 커뮤니티와 지역 정치인들, 언론, 커뮤니티 단체들을 조직화 해 우리의 목소리를 명확히 전달할 능력이 한인 커뮤니티에는 없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권위를 존중하며 자녀들의 교육과 장래를 위해 뼈 빠지게 일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민족이다. 한인들은 조씨의 죽음과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목소리를 높이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하나로 결집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뭉쳐서 스테이플스 센터도 가득 메우는 민족이다.
강력한 리더십과 커뮤니티의 적극적 참여가 결합된다면 우리는 조씨의 죽음에 대해 주류 언론들이 주목할 수 있는 대규모 항의 운동을 전개해서 경찰 등 당국이 이 문제를 그냥 덮고 지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213)637-8534
이종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