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뭘 믿고 집을 사겠습니까?”

2007-12-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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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재배했던 곳이라니…한숨뿐

▶ 한인 최현철 씨 안타까운 호소

전기·가스 끊기고 퇴거 명령받아
“수리한 주택 일단 의심” 당부

이민 와서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아 마련한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집(주택)이 과거 범죄집단에 이용됐던 곳으로 뒤늦게 드러나 공권력으로부터 강제 퇴거명령을 받아 가족 모두 집밖으로 쫓겨나는 악몽 같은 일이 최근 한인 가정에서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8년 전 이민 온지 8일만에 식당에 나가 일했고, 남들 다하는 골프 한번 쳐보지도 않은 채 죽어라 일만 했는데…별안간 내 집에서 왜 쫓겨나야 하는지…뭘 믿고 집을 사겠습니까?”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지난 28일 최현철 씨(59세)는 기자를 보는 순간 가슴에 담아놓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며칠 새 겪은 심신의 고달픔이 얼굴 전면에 남아있었다.
최씨는 주택 구입 경위에서 써리 시청 관계자로부터 주택 퇴거명령을 받을 때까지의 과정을 시간 테이프를 다시 되돌리듯 생생하게 증언했다.
최씨는 “올해 3월 1일 써리 프레이저 하이츠 광림교회 부근에 있는 단독 주택(3400sq ft)을 59만 달러에 구입, 약 9개월 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왔는데 지난 22일 써리 시청·소방서·경찰서 관계자 3명이 찾아와 이 집이 과거 마리화나 키운 집으로 드러났으니 오늘 부로 전기와 가스 공급을 끊는다는 일방적인 통고와 함께 완전 수리 후 입주 여부를 시청으로부터 다시 허락 받으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다”며 답답해했다.
최씨는 “22일부로 집에서 쫓겨나 현재 랭리에 있는 자신의 비즈니스 매장에서 가족 모두 기거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억울하게 당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변호사와 상담한 최씨는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됐다며 허탈해 했다.
“주택 구입시 시청 자료에도 하자 있는 집이라는 어떤 기록도 없었고, 리얼터가 제시한 주택에 대한 내력을 담은 디스클로저 스테이트먼트 역시 완벽에 가까웠고, 공증사에게 공증도 받았고, 은행에서는 집을 담보로 모기지를 내주고, 인스팩터도 괜찮다고 했던 집으로 알고 구입했는데…관계자들 모두 도의적 책임만 있을 뿐 실질적인 금전적 책임은 내 몫으로 남았습니다.”
최씨는 다시 들어가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기 위해 27일 케미컬 조사와 함께 약품처리를 하느라 1800 달러를 지불했고, 앞으로 전기테스트 비용 등 얼마나 더 지불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만에 하나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없는 집으로 평가가 나오면 뼈대만 남겨놓고 모두 헐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쉬쉬하며 덮어버릴 수 있었지만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억울함을 당하는 한인 동포들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사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기존 주택을 구입할 시 벽 페인트와 카펫 등이 새것으로 교체된 집에 대해선 일단 문제 있는 집 아닌가 의심하는 게 필요하며,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귀띔했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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