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이저건 ‘공포’

2007-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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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죽이는 게 정당한 공무집행인가?”

▶ 유족, ‘테이저건 비디오’ 공개

지난달 13일 밴쿠버 공항으로 입국하던 폴란드인 이민자가 경찰의 전기충격총(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일반에 공개됐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촬영한 이 동영상은 연방경찰(RCMP) 측에 수사 참고용으로 제공한 카메라 안에 저장되어 있는데 경찰이 이를 한 달이 넘도록 반환하지 않아 소유주로부터 법적 조치 경고를 받고서야 최근 되돌려준 바 있다.
유족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밴쿠버 공항에 도착한 로버트 지칸스키(40)가 국제선 통제구역입구에 긴장한 모습으로 주위에 있던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동안 근처에 있던 한 여성이 그와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사망한 지칸스키씨가 나무의자를 유리창에 던지고 컴퓨터도 집어 들었으나 주위에서 “내려 놓으라”고 소리치자 곧 바닥에 놓았다. 이 와중에 공항 자체 보안요원들이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구경하고 있다가 잠시 후 방탄조끼를 입은 RCMP 경관 네 명이 출동해 지칸스키씨를 포위하고 몇 마디 말을 건냈다.
경찰은 이어 지칸스키씨가 뭔가를 설명하는 과정에 5만 볼트의 테이저 건을 발사했고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사이 한 발을 더 발사해 지칸스키씨가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동안 달려들어 체포했다.
데일 카 경찰 대변인은 과연 테이저 건의 발포가 정당한 절차였느냐는 질문에 “현장에 있지 않아 뭐라 말할 수가 없다”며“현재 경찰이 추가로 조사중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을 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표정이다. 시민 레이먼드 류씨는“RCMP가 출동 후 30초도 안되어 총을 발사했다”며“ 당시 (사망한 지칸스키씨가)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았는 데 두 발이나 쏜 이유가 뭐냐”고 경찰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은“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는 데 아직도 경찰에서 이렇다 할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는 걸 보면 뭔가 구린 면이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사망 당일 로버트 지칸스키는 오후 3시 30분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후 경찰 사망 추정 시간 오전 1시 30분까지 무려 10시간 가량을 공항 내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나 이 시간 동안의 행적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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