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엔 2~4년이 적당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이 따뜻한 물에 목욕하는 것만큼 평화롭고, 긴장을 풀어주며, 자장가처럼 부드러울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몇 년간은 평화 없는 전쟁이다. 부모 쪽에서 보면 24시간 불침번을 서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터울도 없는 올망졸망한 것들을 2~3명씩 길러야 한다면 엄마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이 없다. 터울, 도대체 몇 년이 바람직할까? 첫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새내기 부모 중에 둘째아이를 가질 계획이라면 “지금인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나, 더 기다린다면 몇 년이나?”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경험자의 조언을 11월호 페어런츠지가 게재했다.
■2년 미만 터울
비용 절약되지만 힘든 시간 길어
■5년 이상 터울
활력소 불구 육아 다시 시작 부담
■2년 미만 터울
언제까지 아기들에게 안전하라고 가구 모서리마다 안전테입을 둘러치고 살 것인가? 언제까지 모유 짜는데 도움 되는 브레스트 펌프를 사러 다닐 것인가? 한꺼번에 후딱 해치우지 뭐. 설흔 살이 넘어 결혼했거나 아니면 첫 출산을 늦게 한 부모들 중에는 이왕 시작했으니 뜸들일 필요 없이 시작한 김에 같이 길러버리자고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거나 2년 미만의 터울로 아이를 낳는 커플들이 있다.
◆장점
첫 일 년간은 힘들어도 아이들은 자매이건, 형제이건, 아니면 오누이 이건 간에 금방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 서로 같이 잘 논다. 그리고 2세 미만 첫 아이는 터울이 있는 다른 아이보다 새로 태어난 아기에 대해 질투가 덜 하다. 질투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갈망의 감정인데 그 행동이 옳든 그르든 간에 그 감정은 여전히 진실하다. 부모로서 큰아이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질투를 느끼며 예민해질 때가 가장 난감한 경우의 하나인데 이를 보다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가장 큰 덤은 돈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장난감이나 옷, 책 등을 공유하거나 같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클래스나 캠프, 프리스쿨 등에는 형제자매 할인 프로그램이 있고 성장한 후 대학을 같이 다닐 때도 부모의 학비부담으로 인해 학비 무상보조인 그랜트나 융자 등 재정보조 취득이 보다 수월한 이점이 있다.
◆단점
한동안 항상 한 아이는 자고 있고 한 아이는 아프며, 한 아이는 칭얼대는 등 평화 없는 혼돈과 갈등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인 책읽기나, 음악 감상, 티타임 등은 당분간 접어야 한다. 부부간에 갈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서로 육아에 메여 허덕이다 보면 배우자간의 감정을 보살피거나 서로를 위한 한가한 틈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할 걸”이라는 후회가 슬그머니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전문가 충고
2세 미만은 감정표현이 미숙한데다가 자신의 감정의 정체파악도 채 안 되는 시기이다. 여태까지는 자신이 독차지하고 있던 부모의 시간과 마음을 새 아기에게 빼앗긴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나고 혼돈이 되어도 이를 적절히 풀어내지 못하고 짜증과 생떼만 쓰기가 쉽다. 이럴 때 부모는 큰 아이의 존재를 시시때때로 인정하고 부각해 줄 필요가 있다.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일 때 옆에 큰 아이가 있으면 “아가야. 네 형은 블록 쌓기도 잘하고 공도 잘 찬단다. 자 보이지?”라는 식으로 말해서 큰 아이가 엄마가 비록 아기를 안고 있지만 관심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해줘야 한다.
■황금터울 2~4세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다. 첫 아기 기른 피로도 어느덧 가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저귀 가는 법을 아직 완전히 잊어버린 것도 아니다.
◆장점
두 아이 모두 각각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일부 장난감이나 게임은 공유하거나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아이는 멘토가 있는 셈이라 매사에 큰 아이 어릴 때보다 영글고 적응도 잘한다. 게다가 한동안 풀타임 맘으로 있다가 다시 풀타임으로 직장에 원대복귀하려는 엄마에게도 완벽한 터울이다. 모든 것이 균형 있고 안정감 있게 흘러갈 수 있다.
◆단점
아기에서 유아까지 부모의 무드가 그네처럼 잘 왔다갔다 하며 적응해야 한다. 만약 세 아이를 이런 터울로 키운다면 10년간 기저귀만 갈다가 세월이 후딱 가버리기도 한다. 집으로 출퇴근하는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갓난아이 돌보다가 고집불통의 유아와 또 맞상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층고
첫 아이가 새아기가 태어난 가정 분위기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비교적 오랜 기간 엄마 아빠는 자신만의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아기와 공유한다는 것에 쉽게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질투가 적대감으로 나타나 첫 아이가 동생인 아기를 꼬집거나 부모가 안보는 데서 때리거나 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두 아이 모두 잘 보살펴야 한다. 큰 아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겨 새 집안 분위기에 동참시키는 것도 요령이다. “동생 위해서 젖병 좀 가져다 줄래?”라는 식으로 기저귀, 티슈 심부름을 시켜 우쭐해 질 수 있는 무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기가 울 때 달래기 위해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거나 바운시 체어에 아기를 넣어놓고 큰 아이에게 함께 춤을 추라고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년 이상 터울
늦둥이를 보는 가정에서 터울이 위 형제들과 많이 지는 경우이다.
◆장점
큰 아이도 그리고 지금의 새 아기도 모두 혼자 자라는 아이처럼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다. 외아들, 외동딸 같은 관심은 받으면서도 위에 큰 형제가 있어 수퍼로 형제애가 끈끈하지는 않다고 해도 그래도 적당한 형제 자매애를 느낄 수 있다. 부모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고 부부만의 결혼생활을 두고 볼 때는 가장 완벽한 터울이다. 개구쟁이 육아에서 완전히 손 털고 한가할 때 쯤 새로운 귀한 손님이 또 생겼으니 집안에 화기가 돌게 된다. 큰 아이는 한참 어린 동생에게 놀이터 규칙이나 학교 과제물 처리 등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점
이제 좀 쉴만한데 이게 왠 복병인가라고 느낄 수도 있다. 터울이 너무 지면 물려받을 옷도 장난감도 패션과 유행이 지나서 없다. 아이 용품도 모두 다 다시 사야 하고 부모도 기저귀 가는 법, 젖 먹이는 법을 까마득히 잊어버려 생뚱맞기만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혼자만 자라온 큰 아이에게 아기는 침입자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모에게도, ‘나 홀로 독차지’에 익숙해 있던 큰 아이에게도 어려운 일일 수가 있다.
◆충고
아기가 뱃속에 있는 9달 동안 큰 아이의 마음 갈무리를 잘 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태어난 다음에는 베드타임 스토리를 읽어주는 등의 특권을 큰 아이에게 부여한다.
<정석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