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사교육의 현실

2007-10-0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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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동참 없는 과외 활동은 무의미

지난 주 동료와 자녀의 사교육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각 가정에서 사교육비로 얼마를 지출하는 지에 대한 실질적인 계산을 하며 미국의 사교육 현실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동료는 한인타운의 외곽지에 살면서 딸을 인근 공립중학교에 보내고 방과 후 과외활동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한 달에 800달러이다. 중학생인 그녀의 딸은 수영, 피아노, 테니스 그리고 한글학교를 다니며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또는 토요일 오전 등으로 나뉘어 일주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과외활동으로 방과 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 뒤 사립고교를 보낸다고 가정할 경우 웬만한 사립고교는 최소한 한 달에 학비만 2,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기부금과 야외학습비 등을 더하면 과외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그러니 자녀 한 명당 사립학교 다니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한 3,000달러다.
한인 타운 근교에도 1,000달러 미만의 학비를 내는 사립중고교가 있기는 하지만 웬만한 공립학교의 수준에 못 미치고 이 역시도 과외활동으로 몇 가지를 추가하면 자녀 한 명당 거의 2,0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중학생 딸 하나, 그것도 공립학교에 보내는데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말을 들어보니 정말 일리 있는 얘기다.
자녀가 어린 경우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방과 후 자녀를 도서실에 데리고 가거나 커뮤니티에서 하는 각종 행사들 혹은 프로그램에 참가시키며 어느 정도의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집에서 자녀 뒤치다꺼리만 하는 이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과외활동하고 숙제하다 보면 엄마들도 숨 쉴 틈이 없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뿐 아니라 엄마가 집에 있어도 자녀와 따로 시간을 내어 일하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자녀 교육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또 부모가 일을 하는 경우, 특히 자녀가 어린 경우는 학원에 가지 않으면 부모가 올 때까지 집에서 TV나 컴퓨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자녀의 방과 후 과외활동을 꼭 시켜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것은 사실 전적으로 부모에 의한 것인데 먼저 어린 자녀가 어떤 활동을 하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과외활동을 통해 부모끼리 서로 관계를 맺어 자녀가 공동 활동에 유대감을 갖도록 도와주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나아가 커뮤니티와 연관을 맺으며 세상에 눈을 뜨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때는 과외활동을 통해 자녀의 관심을 유발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움을 갖도록 지도하며, 중학교 때에는 자녀가 특히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내어 자녀의 소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주어야 하며, 고교에 들어가면 그동안의 모든 활동들을 바탕으로 자녀가 속해있는 활동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러니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각 가정의 상황과 가정의 가치관에 따른 부모의 의지이며 책임이다. 이러한 선택과 책임을 통해 성숙한 부모의 모습을 자녀의 눈에 비치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노력과 끝임 없는 도전을 통해 부모가 자녀 교육에 동참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가정의 사교육에 대한 관심은 단지 어떤 과외활동을 시켜야 하는가 혹은 일하는 엄마를 둔 자녀의 방과 후 활동에 그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각 가정의 교육 스타일 혹은 가정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이것은 이중문화 속에서 부모들조차도 부모 정체성의 혼돈으로 자녀교육에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키우는 한인 부모들의 교육 방법이 한인 타운의 끊임없는 사회 이슈가 되는 이유이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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