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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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막차

2007-09-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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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머니와 외가에 갔다올 때에는 같은 서울에서도 끝과 끝이어서인지 늘 막차를 타고 돌아오곤 했다.
창 밖이 궁금해서 잠이 들지 못했던 필자와 큰 동생은 세상 구경을 하느라고 즐거웠고 막내는 어머니 품에서 잠이 들곤 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가족 외출에 왜 아버지께서 자주 동행해 주지 않으셨는지 야속하다. 애들 셋을 데리고 한 짐에 힘에 겨우셨을 어머니가 가엽다는 생각을 철이 일찍 들었던 탓에 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도 숙모가 싸준 먹거리 등으로 한 보따리였는데 잡아주는 택시를 마다하고 우리 형제들과 돌아 온 씩씩한 어머니.
40여 년이 지난 요즘 세상에야 애 하나 데리고 가는 나들이에도 남편들이 기저귀 가방 들고나서는데….
세월 탓일까!
종점에서 출발한 막차는 다시 시가 한복판을 지나고 많은 사람을 이리 저리로 옮겨준 후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묻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부동산 물건의 거래가 ‘막차’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업체 매매에서도 거품이 너무 하다하면서도 매상 확인 후 필요에 의해 구입하고 커머셜도 수입을 확인해 보고 에스크로에 들어간다. 주택의 경우도 학교 때문에 혹은 직장 거리상 늘 필요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단기 투자면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따져 보아야 하고 주위의 훈수에 늘 우리가 귀가 얇아 지는 것이 문제이다.
지난 90년대 초 모두들 막차라고 미친 짓이라고 하면서도 남들 늘어나는 재산에 배아파했던 타운의 빌딩과 상가들의 에스크로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기만 하다.
몇 번 에스크로가 취소가 되면서 바이어가 바뀌기도 하고 가격도 들쭉날쭉 거듭하면서 어렵게 끝난 에스크로를 끝나면서 그 때에도 바이어들은 그렇게 물었었다.
“내가 지금 막차를 타는 건 아닙니까?”
십 여년 만에 다시 부동산 갑부가 된 셀러로 만났을 때 그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었지만 사실 그 때에는 목숨을 건 도박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필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건강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꼭 내 증상 같고, 경제에 대한 뉴스들도 나를 두고 경고하는 말 같아 정신이 번쩍 난다.
이상하게도 잠잠하던 매물에 바이어가 에스크로를 오픈 하면 진짜 임자 같은 새 바이어가 나타나 셀러를 유혹하는 가격으로 시끄럽고, 반대로 바이어를 시험에 들게 하는 훈수가 여기 저기에서 등장하기 마련이다.
몇 년 전 가격이 얼마였다는 둥, 주위에 팔린 비슷한 매물에 대한 발빠른(?) 정보가 너무 고마운 바이어는 빠져 나올 구멍을 브로커에게 타진하기도 한다.
가끔 어쩌다 너무 헐값에 팔렸다고 후회 중이던 셀러에게 희소식이었음을 알고 다시 오픈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어들로 인해 웃을 때가 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에는 시기에 상관없이 사고, 늘 1031익스체인지를 하며 재산을 바위처럼 굴려 가는 유태인 같은 타인종에 반해, 시대에 재빠르게 적응하며 기회를 포기해 버리는 우리 타운의 민첩한 셀러들로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막차는 늘 기대와 포부를 가지고 출발할 수 있는 종점이 있어서 다이내믹하다.
다만 잠시 쉬어갈 뿐 그 행보에는 변함이 없다. 중간 중간에 타고 내리는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기가 막히게 좋은 정거장에 내렸다고 할 수 있나?
도전을 해보지 않으면 성공의 단 맛을 볼 수 없다고 했던가. 남다른 선택이 남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래도 졸지 않고 창 밖을 열심히 주시한 덕분에 필자는 몇 번의 외출 후, 혼자 외가에 다녀올 수 있었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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