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간 한인선교사가 본 ‘인질사태’

2007-08-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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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 주 분산수용 사실과 달라

▶ “선교팀 초기 신원 노출이 화근”

탈레반에 피랍됐던 한인들이 43일만에 모두 풀려났다는 소식이 30일 전해진 것과 관련, 캐나다 시민권자로서 아프가니스탄 파이자바드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농부들과 손잡고 콩 영양사역을 펼치고 있는 한인 주인수 선교사(가명)는 한인 대부분이 8월 초부터 철수하기 시작해 이미 모두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주 선교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와 교육사역을 펼치고 있는 한인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며 대략 150∼200명에 이르렀던 한인들이 인질사태가 발생하자마자 한국정부로부터 8월 말로 철수명령을 받은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아프간에서 함께 사역했던 한인 선교사들이 며칠 전 귀국했음을 전화통화로 확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부 대표단이 28일 탈레반과 가진 대면협상에서 전원석방 조건으로 내세웠던 3가지 조항 외에 이면 계약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아프간에서 체류중인 한국 민간인 8월내 전원 철수’조건은 사태악화를 대비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이미 준비했던 것으로 대외적인 협상구호에 불과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또 주 선교사는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국가임을 국가명칭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도 인질로 붙잡힌 샘물교회 단기선교팀 일행들이 너무나 현지 분위기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노출시킨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 소매 입고, 시끌벅적하게 물 사먹고, 사원 앞에서 노래하고…전쟁지역에서 이럴 수 있습니까.”
그는 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국제선을 탈 수 없고 예멘 또는 파키스탄 등 인근 국가로 가서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 인질로 붙잡힌 이들은 전세 비행기를 타고 카불에 도착했고, 카불에서도 대형 관광버스를 빌려 요란하게 이동하는 등 현지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질들이 41일 동안 붙잡혀 있었던 가즈니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탈레반의 세력이 창궐하는 지역이어서 인질들이 야밤에 도주한다 해도 갈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고 강조했다.
주 선교사는 탈레반이 그동안 인질들의 근거지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여러 주에 분산시켜 놨다는 주장은 위장술일 뿐 사실상 마을에 있었고, 마을 곳곳마다 총을 든 탈레반들이 있는 상황에서 눈에 쉽게 노출될 외부인이 다른 지역으로 달아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샘물교회 단기선교팀의 안내를 맡았다 인질로 잡혀있었던 이지영(36세), 임현주(32세)씨 와는 함께 식사도 하는 등 여러 차례 만나기도 했다는 주 선교사는 아프간은 서방세계의 침탈로부터 당한 아픔·미움·분노가 가득한 곳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찬송 부르며 구호물자 나눠주고 선교 할 곳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주 선교사는 아프가니스탄 인들이 서방세계를 바라보는 폐쇄된 시각과 관련, “서양문명은 기독교이고, 청바지 역시 기독교이며, 콜라마저 기독교로 보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주 선교사는 이번 인질사태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선교의 문이 닫힌 게 아니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이슬람권을 무너뜨리려는 급진적 선교방법을 재고토록 하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안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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