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 엑소더스’주춤

2007-08-08 (수)
크게 작게

▶ 작년 외국이민 2만6,236명…2004년 정점 하락

▶ 加·美 등 급감

(서울) 1998년 외환위기 후‘한국에서는 살기 힘들다’며 크게 늘어났던 해외이민자 수가 최근 수 년째 줄어들고 있다. 캐나다·미국 등의 이민 요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금 어렵더라도 국내에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일 통계청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이민을 택한 국민은 해외이주자와 현지이주자를 합쳐 모두 2만6,236명으로 집계됐다. 해외이주자는 국내에서 해외로 직접 이주하는 이민자며, 현지이주자란 외국에서 유학생 등의 신분으로 살다가 현지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이민자다.
지난해 해외이민자 수는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1만2,484명에 비하면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수 년간 냉혹한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 등이 ‘차라리 외국에서 새로 시작하겠다’며 이민을 결심, 이민바람이 몰아친 바 있다.
그러나 해외이민자 수는 2004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1998년 1만3,974명에서 2004년 2만8,862명까지 늘었으나 2005년에는 2만7,464명으로 줄어든 뒤 2006년에는 2만6천 대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미국·캐나다 등이 이민자의 영어회화 능력을 까다롭게 검사하는 등 이민허가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해외이주자는 줄고 현지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후 이주하는 현지이주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캐나다행 이민자는 감소하고 기타 국가 이민자는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이민은 2004년 5,858명, 2005년 3,898명, 2006년 2,792명으로 급감하고 있다. 미국이민은 2004년 1만6,291명, 2005년 1만7,393명으로 최고에 달한 뒤 지난해 1만6,605명으로 줄었다.
반면 호주·뉴질랜드 이민자는 1998년만 해도 418명에 불과했지만 2004년 2,493명, 2005년 3,183명, 2006년 3,514명으로 늘었다. 동남아 은퇴이민이 늘어나면서 기타 국가 이민은 2001년 이전만 해도 한해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2003년 이후 매년 3천∼4천 명에 이르고 있다.
해외이민전문업체 관계자는 “해외이민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최대 이민국가인 미국의 이민수속 기간이 3년 정도에서 7∼8년으로 늘어나고 캐나다도 이민법을 개정하면서 해외이주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민은 잘사는 사람이 가는 게 아니라 중산층 이하 계층이 돈을 벌기 위해 가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부유층은 ‘자녀유학으로 충분하지 이민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계층은 이민허가를 받아낼 만한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