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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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보다 ‘정’을 파는 마켓

2007-07-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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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보다 ‘정’을 파는 마켓

서울마켓 곽태현 사장은 좋은 물건을 정성을 다해 양심껏 팔겠다고 말했다.

UNLV 지역상권 주도 서울마켓

마도로스 출신 곽태현씨 5년전 개업
알로에 직접 길러 손님들에 나눠줘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도시, 라스베가스에는 한인 또한 다양한 출신과 경력을 지닌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기도 하다.
3개의 한인 상권 중 하나인 UNLV 지역상권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마켓(대표 곽태현)에 가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무엇을 발견하게 된다. 마켓입구 화단에 가지런히 심어놓은 알로에 10여 그루가 사막의 뜨거운 열풍에도 꿋꿋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30년을 파도와 싸우며 5대양을 누비던 마도로스 곽태현씨가 5년전 이곳에 서울마켓을 개업할 당시만 해도 유학생을 비롯한 한인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곽 사장은 “물론 당시에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흔하지는 않았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마음만 있었지 감히 실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며 알로에를 기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곽 사장은 “LA처럼 한인이 많은 곳이 아닌 지역에서 이민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것인지 이곳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1999년 처음 이민와 힘든 일을 수없이 겪어오면서 마켓이 하는 일이 그저 물건만 팔고 잇속만 챙기는 단순한 장사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힘든 모습으로 마켓을 찾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음료수 한 병을 권할때 금방 힘을 얻는 표정을 짓는다. 특히 정성껏 키운 알로에 한줄기를 꺾어주며 건강을 염려해 줄 때는 동족으로서의 사랑에 더욱 감격해 하더라”고 말했다.
유별나게 독서량이 많은 곽태현 사장은 “배 위에서는 독서가 세상과 교감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며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요즘 유학생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이왕 장사를 시작했으니 장사치가 아닌 제대로 된 장사꾼이 되려고 한다”며 “좋은 물건을 정성껏 손질하고 양심껏 파는 것 외에 별다른 전략은 없다. 단지 우리가게에 온 손님들이 고향의 인심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분 한분에게 세심한 관심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마켓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물건이 반입되고 있으며 쇠고기와 흑돼지 삼겹살은 최상품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곽사장에게는 부인 종순씨와 한국에 고명딸 영희가 있으며, 장모님과 처남인 전봉환씨 내외가 함께 일을 돕고 있다.

<김문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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