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판 대장금 개선가

2007-06-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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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구내식당 운영권 따낸 최정범씨

▶ 현재 상무부, 법무부 식당도 맡아

워싱턴 한인 1.5세가 경영하는 식당 위탁 운영회사가 다음 달부터 백악관 직원 식당의 운영을 맡게 돼 화제다.
I.L. CREATIONS(대표 최정범)은 최근 메리엇, 콤파스 등 세계 유수의 급식기업들을 제치고 백악관 직원식당 민간 위탁 운영사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보안교육 등을 거쳐 7월9일부터 백악관 전 직원들에 식사를 제공하게 된다. 백악관 직원식당은 조슈아 볼턴 비서실장 이하 하루 2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매일 이용하고 있다.
최정범 대표(45세, 미국명 스티븐 최)는 󰡒지난달 열린 입찰에서 백악관 식당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워낙 유명 기업들과 경쟁이 붙어 자신이 없었는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놀라워했다.
앞으로 15년간 백악관의 입맛을 책임지게 된 I.L. CREATIONS사는 1999년 설립된 기업. 워싱턴 근교인 메릴랜드 주 락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500여명. 급식 사업과 함께 중국과 스리랑카, 한국에 별도 회사를 두고 의류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 회사가 창사 8년 만에 세계적인 급식기업들이 탐내는 백악관 식당 건을 성사시킨 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감과 노하우가 크게 작용했다.
최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매뉴팩처에서부터 가격, 직원 트레이닝 등 모든 분야에서 미 대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할 노하우를 만들었다󰡓며 󰡒특히 해안경비대와 상무부, 법무부의 구내 식당을 위탁 운영하며 공무원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급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은 만큼 최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다. 현재의 연 3천만달러의 매출이 1년 이내에 2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수주한 정부 프로젝트 금액만 해도 1억7천만 달러나 된다.
최 대표는 앞으로 미국의 대학 식당과 함께 한국 급식 산업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 8년 후에는 회사를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그는 󰡒상장시 전 직원에 주식의 30%를 나눠주고 딱 3년만 경영할 생각󰡓이라며 󰡒그 후에는 중국이나 아프리카 같은 오지로 가 학교를 세우고 선교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년 때인 1974년 도미한 최 대표는 명문 호튼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부모님이 워싱턴에서 운영하는 카페테리아에 샐러드 바를 처음 도입하는 등 일찌감치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발휘해왔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최중철 장로의 4형제 중 둘째로 독립 운동가였던 외조부 홍순원 옹(작고)의 영향으로 지금껏 일제 차를 한 번도 구입하지 않았다 한다. 현재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사장을 맡아 미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위한 로비에 동분서주하고 있기도 하다.
최정범 대표는 󰡒전 미국의 공무원들이 내 밥을 먹고 출근하고, 전 대학생들이 내 밥을 먹으며 공부하는 것이 사업가로서의 내 꿈󰡓이라며 󰡒누구나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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