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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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가짜 대학생 실상

2007-06-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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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실망할까… 인정받고 싶어”

20세의 데이빗 배니거스는 지난해 9월까지 텍사스주 라이스대에서 1년여 동안 다른 재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했다. 식사 시간이면 다른 친구들에 묻혀 재학생 식당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했고 야간에는 대학 내 기숙사를 전전하면서 잠자리를 해결했다. 숙제를 안 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으나 그의 화려한 말주변에 다들 그럭저럭 넘어갔다.
그러나 2년째로 접어들던 지난해 9월 그는 다른 학생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려다 적발되면서 가짜 대학생임이 드러났고, 재학생 식당을 이용하며 3,678달러를 무단 취식한 혐의로 기소돼 이번 달부터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학생은 자신이 라이스대에 진학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면 병상의 어머니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 이런 짓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니거스의 경우처럼 미국내 여러 대학에서 재학생이라고 속이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가짜 대학생들이 최근 들어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가짜 대학생이 적발되고 있는 대학들은 특히 프린스턴, 예일, USC, 스탠포드 등 여러 명문대들인데, 최근 스탠포드대에서 들통이 난 한인 아지아 김 양 사건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취업 희망자들이 학력을 부풀리거나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 과정에서 가짜 성적표를 제시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지만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왜 재학생이라고 속이고 수업을 들으며 생활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사기행위를 집중 연구해온 제럴드 젤리슨 전 USC 심리학 교수는 `가짜 대학생’의 경우 대개 부모 등 중요한 인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스탠포드대의 데니스 포프 교육학 교수는 “속임수는 대개 명문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고교 시절에 시작한다”며 “진실을 털어놓기가 두려운 이들 학생은 자신들이 입학 가능한 대학을 속이게 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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