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꼭 알아야 할 와인 고르는 법

2007-05-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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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하는 와인은 ‘싼게 비지떡’

출고된 지 오래됐을 가능성 높아 맛 변질 우려
먼지 쌓였거나 레이블이 빛바랜 제품도 피해야

‘한병에 24달러99센트, 또 한병 사면 5센트. 2병 사면 25달러04센트.’
‘베버리지&모어’ 와인샵 입구에 쌓아올린 와인 상자 위에 붙여 놓은 세일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병당으로 계산하면 25달러짜리 와인을 절반 가격인 12달러52센트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일 와인을 샀다가 재미를 본 적이 없어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싼 가격의 유혹과 실패만 거듭했던 세일 와인 경험이 맞부딪혀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두병을 집어 카트에 싣고 말았다.
이 와인은 소노마카운티 갤러 와이너리의 ‘2001년 드라이크릭 밸리 프레이랜치 포도밭 카버네 쇼비뇽’(2001 Frei Ranch Vineyard Cabernet Sauvignon, Dry Creek Valley). 세일 와인은 절대 사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다짐이 무너진 이유가 가격 말고 또 있었다. 한달여 전 한 디너 모임에 갔을 때 마셔본 동일 품종의 2003년 빈티지에 매료돼 4잔이나 마신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단단한 태닌과 풍부한 과일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직도 그 맛이 기억에 생생하다. 이날 갤러 패밀리 2003년 빈티지(10달러99센트·트레이더 조에서는 8달러99센트에 판매함)까지 모두 3병을 사들고 와인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희희낙락 들어섰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역시 세일 와인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였다. 처음 잔에 따른 와인은 향기가 너무 좋아 기대에 부풀었다. 농익은 과일 향기가 연륜에 싸여 묵직하게 피어올라 후각을 자극했다. “아 오랜만에 맛있는 와인을 골랐군”이라고 자부하며 한 모금 마셨다. “아뿔사” 뒷맛이 나질 않는다. 아직도 태닌의 단단함은 강하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과일 맛이 가라앉아 밋밋한 느낌마저 준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질감은 아직 부드럽다는 점. 물론 친구들의 눈총을 받았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초보자들이 와인을 구입하는 데는 적지 않은 고민이 따른다. 종류도 많고 생산국도 다양한 데다가 생산 연도까지 알아야 할 것,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진장 많기 때문이다. 와인 공부를 착실히 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와이너리, 또 몇 년도 포도가 좋다는 등등 각종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몇 명 되지 않는다. 하늘나라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수많은 와인들 속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본 와인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와인들은 주로 대량 생산품들이다. 수백 수천개의 전국 판매점에 동일 제품을 공급해 주려면 상당량이 필요한데 개인 와인너리에서 한정 생산되는 제품들을 공급하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 수퍼마켓 판매 와인들은 주말에 친구들과 모여 즐길 수 있는 10달러대 이하 와인이 주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좀 특이한 와인이나 조그마한 와이너리에서 만들어내는 맛 좋은 와인을 구입하려면 와인 샵을 찾아가야 한다.
와인을 구입하는 데는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기본사항이 있다.
▲가능하면 세일 와인은 구입하지 않는다. 대개 출고된 지 오래돼 마켓이나 와인 샵에서 빨리 정리하려고 할 때 세일을 감행한다. 비싼 와인을 할인가격에 구입하는 즐거움은 있겠지만 맛이 변질되는 경계점에 있는 와인들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금방 사다가 먹을 것이라면 모를까 냉장실에 넣고 파는 와인은 구입을 피하라. 언제 집어넣은 것인지 고객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와인 병에 먼지가 보얗게 쌓여 있는 와인(8분의1인치)은 피한다.
▲마켓에 1999년 이전 것이 있다면 구입을 않는 것이 좋다. 아마도 맛이 변했을지 모른다.
▲레이블이 햇볕에 바랜 제품은 사지 않는다.
▲와인샵 내부가 덥다면 와인을 사지 말고 얼른 나와라.
▲모든 와인들이 세워져 있다면 빈티지를 확인해라. 오랫동안 세워져 있었다면 코르크가 말라 공기가 스며들 수 있으며 맛 변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고급 와인을 살 때는 꼭 저장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와인 샵의 주인이 불친절하면 와인을 사지 말고 나와라.



<(왼쪽부터)‘2001년 드라이크릭 밸리 프레이랜치 포도밭 카버네 쇼비뇽’, 갤러 패밀리 2003년 빈티지>

■5월5일 할리웃 보울 한인음악 대축제에서 판매하는 와인 리스트

▲글래스
갤로 패밀리 - 트윈 밸리(샤도네, 멀로, 카버네 쇼비뇽, 화이트 진판델) 5달러50센트

▲병
□샤도네
맥윌리엄스(호주산) 28달러, 갤로 패밀리 바인야드 소노마 리저브 30달러
□쇼비뇽 블랑
베이풋 캘리포니아 23달러.
□카버네 쇼비뇽
맥윌리암스(호주산) 28달러, 캘로패밀리 바인야드 소노마 리저브 30달러
□멀로
레드락 캘리포니아 26달러
□피노누아
맥머레이 랜치 소노마코스트 40달러
□기타 레드와인
브리들우드 시라 센트럴 밸리 30달러
랜초 자바코 헤리티지 바인스 진판델 34달러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
구베 크리스틴 반병 11달러
구베 크리스틴 1병 2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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