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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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가 의사·시장 변신

2007-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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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 쿠가몽가 도널드 커스 시장 스토리 화제

할렘 떠돌다 마약소지 체포
징역형 대신 재활치료 명령
되살아난 향학열… 성공가도

노숙자로 전전하던 마약중독자 청년이 의사로 변신했다가 이제는 17만여 인구의 도시 랜초 쿠카몽가의 시장이 된 입지전적 스토리가 화제다.
LA타임스는 23일 로마린다 의대 인간행동연구 메디칼 센터의 약물중독센터 수장이자 지난해 11월 선거를 통해 랜초 쿠카몽가 시장으로 선출되었던 도널드 커스(57)의 ‘마약중독의 수렁에서 탈출한 인간승리’를 그려냈다.
커스는 39년 전인 1969년 마약 소지 및 절도죄로 체포되어 판사 앞에서 ‘선처’를 구했던 헤로인 중독자였다. 판사는 사방이 막혀 있던 그에게 징역형 대신 재활치료 명령을 선물로 줬고 그 선물은 당시 20세의 그를 각성케 해서 오늘의 성공을 쟁취하게 했다. 자신이 ‘돌아온 탕자’라는 사실을 그는 40년이 가깝도록 잊지 않고 스스로의 채찍으로 삼고 있다.
커스는 뉴저지 근교에서 한때 어린이 수재로 이름을 날렸으나 12세 때 처음 맛본 알콜과 15세 때 접한 마리화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땡땡이, 난폭한 반항아로 고교를 간신히 졸업했다.
두 곳의 칼리지서 퇴학당하고 뉴욕 할렘가를 떠돌며 마리화나에서 코케인, 헤로인 중독자가 됐다. 마약중독자끼리의 싸움으로 칼로 난자당했지만 수배령 상태여서 병원에도 못 가고 마약공급자의 집에서 바늘로 얼기설기 꿰매기도 했던 바닥 생활을 했다.
뉴욕지역 마약재활센터에 등록한 그는 그제야 정신이 났고 2년간의 수감기간에 잃어버렸던 향학열을 되찾았다. 석방된 후 건설현장 막노동을 하면서 뉴저지 최대 사립대학인 페어레이 디킨슨 학장을 단독면담, 입학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야간 코스를 택한 후 우수성이 입증되면 정식 입학허가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클래스 1등의 자리를 되찾기 시작했고 멘토는 그에게 곧바로 컬럼비아 대학으로 입학하라고 조언했다. 컬럼비아 대학은 전과자인 그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했고 그는 학사를 거쳐 전국 최고로 꼽히는 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인턴을, UCLA 의대에서 레지던트를 마쳤다. 어린 시절 오래 빠졌던 알콜과 마약의 후유증으로 공부하는 사이에 결장암이 발병, 치명적 상태로 진전되었으나 수술과 항암치료 등으로 기적적으로 치유됐다.
로마린다 대학의 의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사 관련 단체장으로 지도자의 역량을 발휘했으며 비영리 재활센터를 적극 지원해 왔다. 결과 2002년에는 랜초 쿠가몽가의 시의원으로 발탁됐다. 지난 11월의 선거에서는 현직 시장이었던 빌 알렉산더를 제치고 커스는 시장으로 선출됐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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