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중살인 오랜 계획 끝에 저질러”

2007-04-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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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범죄 막으려면 범인 신원 보도 금지해야”

▶ 다중살인 전문가 엘리어트 레이튼 박사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은 캐나다인 교수 1명이 희생자에 포함된데다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점에서 캐나다 사회에도 큰 충격과 파문을 던졌다.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사건 속보가 시시각각 전해지는 가운데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은 다중살인 전문가와 온라인 문답을 통해 이번 사건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다음은 다중살인 범죄연구 권위자이자 캐나다 메모리얼 대학 명예교수인 엘리어트 레이튼 박사와의 문답내용.

--이번 사건이 다중살인의 새로운 형태인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중살인이나 연쇄살인이 최근 몇년간 증가추세임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다중살인은 오랜 기간 증오를 키운 뒤 범행에 대한 공상을 거쳐 세부계획이 세워진 뒤 발생한다.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연수원을 방문했을때 관계자들이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쓴 노트북을 보여주었는데 한마디로 끔찍했다.
--범인은 여자친구를 먼저 살해한 뒤 다른 학생들을 죽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행태가 일반적인가. (*밤행초기 상황에 대한 분석임. 범인은 여자 친구를 살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됨)
▲그렇다. 살인자가 자신의 부인이나 자녀ㆍ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죽인 뒤 불특정 다수에게 총을 난사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패턴이다. 독일의 다중살인자인 바그너는 자신의 범행으로 인한 처벌이나 곤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부인과 자식을 죽였다고 말한 바 있다.
--폭력과 살인을 내용으로 한 비디오 게임이 이런 범행을 부추기는 것 아닌가.
▲비디오 게임과 같은 하나의 사회현상을 문제의 뿌리로 지목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동안 수많은 범죄학자들이 원인과 대책에 관해 연구해왔지만 최종적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보살피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안이다.
--이런 무차별적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의 유형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나.
▲불행하게도 믿을만한 방법이 없다. 일반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곤 하는 사람을 주시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자살과 무차별적 살인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
▲다중살인자의 대다수가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죽이려 하곤 한다. 제도ㆍ종교ㆍ사회계층ㆍ인종 문제 등 범행동기에 상관없이 자살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살인은 그들이 남기는 유서다.
--정신병이 다중살인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되는데 특히 어떤 종류의 정신병이 문제인가.
▲법적으로 인정된 정신병자가 저지른 살인은 전체 살인사건의 4%를 차지한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살인자들이 과학적으로 규정되지는 않지만 윤리의식 측면에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커뮤니티에서 동떨어져 외톨이로 지내는 사람들이 늘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유효한 관점이다. 학교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총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살인을 막는 첫번째 방안 아닌가.
▲이것은 오랜 논쟁거리다. 영국 웨일스 지역은 무기 소지를 엄격히 금지했지만 총기사고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르완다에서 인종학살로 살해된 8만여명은 대부분 칼과 도끼로 살해됐다. 다중살인을 하려고 들면 총 이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
--이런 사건이 났을때 살인자의 신원을 6개월 등 일정기간 동안 공표하지 않는 게 유사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해왔다. 동의한다. 살인자들이 언론보도를 타면서 유명인사가 되고 모방을 부추기는 일종의 영웅이 되곤 한다. 범인의 이름과 사생활 보도를 금지했으면 좋겠다.
--사람의 마음 속에서 범죄의 싹은 일찍부터 자라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유럽의 한 범죄학자는 범죄자의 세대별 성장과정을 연구한 뒤 “폭력은 보육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결손가정 어린이와 성장기 정신관리가 중요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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