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맛은 ‘향긋’ 뒷맛은 ‘깔끔’

2007-03-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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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소 로블스 생산 카버네 소비뇽 2종류 마셔보니

2004 James Judd & Son Vineyard Carbernet Sauvignon
태닌 탄탄 과일향 풍부해 목넘김 좋아

파소 로블스의 와인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하지만 역사에 비해 나파밸리나 소나마 등에 밀려 유명세를 타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가톨릭 포교원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와인 역사가 한 200년을 될 것이다. 이곳에 본격적인 와인 바람은 1882년 인디애나에서 골드러시를 타고 서부로 온 앤드류 오크가 아센션 와이너리(지금의 요크마운틴 와이너리)를 세우면서다. 이때가 파소 로블스의 상업용 와인 생산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금주령으로 와인산업이 초토화 됐다가 60대 들어 재기의 불씨가 타오르면서 현재는 170개 와이너리에서 40개 포도품종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단위 단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들면서 프랑스, 호주, 스위스 등 세계 와이너들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곳이다. 땅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요즘은 농장주들은 웃돈을 준다 해도 좀처럼 땅을 팔지 않는다. 파소 로블스에는 유럽 특히 프랑스 포도 품종의 재배환경이 좋아 맛있는 중간 가격대 와인들이 많다. 밤엔 바다 안개가 대지를 식혀주고 캘리포니아 특유의 강렬한 햇볕이 좋고 온화한 기후로 인해 포도의 농익음이 뛰어나다. 당연히 포도의 당도가 높아 알콜농도도 진해지면서 풀바디 적포도주를 많이 생산한다.
이곳 와이너리들은 나파밸리의 명성에 조소를 보낼 정도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파소 로블스에서 생산되는 포도품종을 가져다가 나파밸리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나파밸리 와이너리들이 많기 때문이다. 파소 로블스의 한 와이너리 주인은 “캘리포니아는 포도 생산지 표시 규정이 없다”면서 “나파밸리 와이너리들이 파소 로블스에서 포도를 재배해 이를 나파밸리로 가져가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불평을 토로한다. 파소 로블스 포도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파소 로블스에서 생산되는 카버네 쇼비뇽 품종의 와인 2종류를 테이스팅 했다. 하나는 파소 로블스 생산 카버네 쇼비뇽으로 만든 ‘버라이털’ 와인(Varietal wine)이고 또 하나는 카버네 쇼비뇽과 멀로를 섞어 고급 와인으로 만든 ‘메리티지’(Meritage) 와인이다.
▲버라이털 와인은 원료가 된 포도품종 자체를 상표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품종은 반드시 75% 이상 포함돼야 한다. ▲메리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과 같이 카버네 쇼비뇽이나 멀로 또는 카버네 프랑 등 같은 지역서 생사된 포도를 섞어 만든 와인이다. ▲또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제네릭’ 와인이 있는데 값싼 와인이다.
제임스 주드 & 선은 파소 로블스에서 동쪽으로 20마일 떨어진 곳인 ‘샨돈’(Shandon)이라는 마을에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1955년 9월30일 반항아적 캐릭터로 온 세계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던 제임스 딘이 시골 길을 과속으로 달리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곳이기도 하다. 샨돈 이외에도 파소 로블스 북쪽 8마일 떨어진 샌미구엘 등 2곳의 포도밭을 더 두고 있다.
100여년 동안 오렌지 밭과 목장으로 활용하던 것을 1980년대 중반부터 포도를 심기 시작해 와인 생산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토양, 기후 등을 종합한 단어인 ‘테루아’(terroir)의 조화가 잘돼 맛이 풍부하고 밸런스가 잘 유지돼 있다. 태닌은 탄탄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순화돼 목 넘김도 좋고 과일향이 풍부해진다. 프랑스, 미국, 헝가리산 오크통 속에서 18개월 숙성돼 오크통이 주는 향과 맛이 포도 본래의 성분과 잘 아우러진다. 가격은 와인샵에 따라 다른데 18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Carmody Mcknight 2003 Meritage Cadenza
가주 와인 경연대회 석권 체리향 일품



카모디 맥나이트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2003년산 적포도 품종으로 섞어 만든 적포도주다. 비율은 카버네 쇼비뇽 64%, 카버네 프랑 26%, 멀로 10%로 혼합 비율이 좋아 첫 잔이 주는 체리향이 특히 인상적이다. 타닌은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밸런스가 좋아 부드럽고 순한 맛까지 느껴진다.
카덴자는 와인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페어(박람회) 와인 경연대회에서 2,532종의 출전 와인 중 전례 없는 6개 부분의 상을 휩쓴 제품이다. 평점은 98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특히 오렌지카운티 페어 레이블 경연대회에서도 카모디 맥나이트 카덴자의 라벨이 메리티지급 레이블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카모디 맥나이트 와이너리는 영화배우 개리 콘웨이와 미스 아메리카 출신인 부인 매리안 콘웨이가 주인이다. 와이너리는 파소 로블스의 노른자위로 알려진 서쪽 화산암 지대 ‘아델리다’(Adelaida)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은 지형도 아름다운데다가 와인에 각종 미네럴 영양분이 풍부해 와인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개리 콘웨이가 이 땅을 구입할 때의 유명한 일화도 남아있다. 1985년 그가 땅을 사기 위해 헬리콥터로 아델리다 상공을 돌아보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다. 헬기 잔해 속에서 기어나온 콘웨이가 “이 땅을 내가 사겠다”고 외칠 정도로 지형이 아름다운 곳이다. 카모디 맥나이트는 개리와 콘의 실명을 혼합해 만든 이름이다. 가격은 병당 26달러가량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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