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콜 8.5~14% 테이블 와인‘식탁위의 친구’

2007-0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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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와인을 무기 삼아 여인을 유혹했다. 달콤한 화이트 와인과 핏빛보다 더 짙은 붉은빛 레드와인, 그리고 메가톤급 무기였던 발포성 와인 샴페인이었다. 여인들은 와인의 빛깔에 취하고 향기에 넘어가 카사노바의 달콤한 속삭임에 귀를 쫑긋 거렸다. 이토록 뭇 여성을 하룻밤 불나방으로 만들었던 카사노바의 비밀 병기는 무엇이었을 까. 아마도 와인 속에 숨어 있는 알콜이 아니었을까.


<테이블 와인은 100% 포도만 사용해 발효시킨 와인을 말하며 법적으로 14%가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15.5% 농도의 테이블 와인들도 나온다>
100% 포도만 사용해 발효시켜 만든 와인
요즘엔 더 강한 도수 와인도 잇달아 생산

알콜이 물론 사랑의 미약이나 흥분제는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성욕이 떨어져 사랑을 나누고 푼 욕망이 스르르 주저앉게 마련이다. 다만 자제력이 떨어지고 수치심이 줄어들어 보다 동물적 감성을 발휘해 과감해진다는 것이 ‘주당들의 세계’에서는 정설로 통하니 카사노바는 와인 속에 숨어 숨 쉬는 알콜 성분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알콜은 휘발성 물질. 온갖 향기들이 알콜을 타고 대기 밖으로 뛰쳐나와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해준다.
와인은 알콜 농도에 따라 우리가 흔히 마시는 ‘테이블 와인’(Table wine)과 ‘디저트 와인’(Dessert wine)으로 구분되는데 오늘은‘라이트 와인‘으로도 불리는 테이블 와인을 주제로 삼는다.
테이블 와인은 100% 포도로만 발효시켜 만든 와인을 말하고 디저트 와인은 브랜드등 독주를 첨가해 발효를 중단시켜 당분을 유지해준다. 그래서 강화(Fortified) 와인 또는 리쿼(liqueur) 와인으로도 불린다.
미국은 알콜 농도 14도(또는 14%)까지를 일반 와인, 즉 테이블 와인으로 규정한다. 유럽은 8.5%에서 14%내의 알콜 농도로 정했다. 14%가 넘으면 디저트 와인(Dessert wine)으로 분류한다.
물론 요즘 테이블 와인중에는 이 알콜 농도를 뛰어넘는 것들도 많다.
2주전 마신 나파 밸리에 위치한 매리 베일 스타몬트의 2003년 카버네 쇼비뇽 와인(트레이드 조에서 21달러99센트에 구입했음)은 14.5%의 알콜 농도이다.
그렇다면 왜 규정을 무시한 테이블 와인들이 주조될까. 와인 재배지가 늘어나고 발효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는 날씨가 추워 포도가 완전히 익을 수가 없다. 당분이 분해돼 알콜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당분이 적으면 만들어지는 알콜 양도 작다. 특히 발효에 사용되는 이스트는 14% 알콜 농도에서 다 죽어버린다.
그런데 요즘은 따듯한 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가 많아 아주 농익는데다가 알콜 농도 14도가 넘어도 끈질기게 살아 움직이는 ‘곤조’(미쳤다는 뜻의 미 속어·gonzo) 이스트(효모·yeast)들이 개발되면서 알콜을 첨가하지 않더라도 14% 마지노선을 뛰어넘는 테이블 와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캘리포니아산 레드 진판델, 카버네, 샤도네등에서 14.5% 또는 15.5% 농도도 볼 수 있다.
▲ 레이블에서 알콜 도수 읽기
레이블에 알콜 도수 없이 테이블 와인이라고 적혀 있으면 14% 미만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와인은 꼭 도수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미국은 와인 도수 표시에 1.5% 정도의 여유를 허용한다. 예를 들어 알콜 농도 12.5%라고 적혀 있다면 실제 농도는 최저 11%에서 최대 14%까지 범위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제 농도가 14%를 넘게 되면 이 규정은 적용되지 못한다. 특히 알콜 도수가 12.8 또는 13.2와 같이 구체적으로 표시되기도 하는데 이 수치는 실제 농도이다.
▲ 포도와 알콜
포도 껍질 안쪽에는 투명빛 막이 있는데 이를 ‘불룸’(bloom)이라고 한다. 이속에는 술을 만드는 발효균인 야생(wild) 이스트와 와인(wine) 이스트가 들어있다.
포도를 분쇄하면 이 야생 이스트가 발효를 시작해 포도내 당분 먹어치우며 알콜로 만들어 낸다. 알콜 농도가 4%를 넘어가면 이 야생 이스트는 알콜에 죽어 버리고 대신 와인 이스트가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 당분을 먹어 치우는데 알콜 도수가 14%가 되면 술에 취해 죽어버린다. 와인의 당도는 와인 이스트가 먹어치우고 남은 양을 말한다. 따라서 포도 품종에 따라 알콜 농도가 다 다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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