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칼럼 라스베가스 찬가
2007-01-20 (토)
아직도 라스베가스를 도박의 도시, 타락의 도시로만 생각하는 변화에 둔감한 사람들이 많음에 놀란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는 라스베가스를 한 번도 와 보지 않았던 사람이 더 많음에 또 한 번 놀란다. 사람들은 라스베가스를 방문하여 카지노 주변에서만 머물다 돌아가서는 도시 전체를 평가한다. 현지인들의 삶에는 관심도 없다. 그곳에도 보통 사람들이 사나? 그들에게도 문화라는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않는다. 게임에서 돈은 좀 딴 사람은 악한을 물리친 영웅처럼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돈을 좀 잃은 사람은 어쩔 수 없어 나쁜 유혹에 빠졌지만 자신의 강한 정신력으로 빠져나왔음을 자랑한다. 이래저래 나쁜 놈, 죽일 놈은 라스베가스다.
오는 7월이면 라스베가스 인구가 200만에 이른다. 큰 도시다.
라스베가스는 도시의 4대 기능을 첫째 컨벤션, 둘째 엔터테인먼트, 셋째 샤핑, 넷째 게이밍으로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작년 네바다 주 카지노 호텔 업계의 매출액 중 게이밍 부분의 비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것은 게이밍 이외의 수입이 늘어났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8-11일 세계 140여 개국에서 2,700여 업체와 약 17만명이 참가하여 대성황을 이뤘던 ‘CES’(세계가전제품박람회)도 남들은 멀리 유럽, 아프리카, 아세아 혹은 뉴욕, LA 등지에서 달려오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잠시 휴식시간을 이용해 둘러볼 수도 있다. 최첨단, 세계최고의 박람회가 이곳에서는 일년 내내 열린다.
라스베가스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이너를 언제나 만날 수 있으며 화려한 쇼 무대가 널려있다. 작년엔 한국 최고의 라이브 가수 이은미와 가수 비의 세계 투어 미국 첫 공연이 이곳에서 열렸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스베가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 즐길 수 있으며 오는 3월엔 바이얼리니스트 장영주가 이곳 주립대학인 UNLV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계획이어서 벌써부터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네바다 발레 컴퍼니의 공연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이 단체에는 곽규동, 이유미 두 한인 수석 무용수가 있어 더욱 친근감을 갖고 다가갈 수 있다.
그 이전에도 크고 작은 한인 문화행사가 있었지만 라스베가스의 본격적인 한인 공연문화는 1998년 라스베가스 서울합창단의 창단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서울합창단은 매년 2회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 해에도 6월, 12월에 연주회를 계획해 놓고 있다. 2001년에 개원하여 시 낭송회. 사랑방 문화교실, 찬양학교. 초청연극공연, 초청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라스베가스 서울문화원은 올해에도 10회에 걸쳐 실시될 ‘세화오페라감상회’ ‘성악발성세미나(1월)’ ‘한인청소년연주회(3월)’ ‘한국동요대회(5월)’ ‘유타, 셰익스피어 연극축제 단체관람(10월)’과 ‘한국영화상영’ ‘문예집 발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24회째를 맞는 순복음교회의 ‘청소년민속예술제’는 라스베가스 내 소수민족 민속행사로서는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고, 원로 무용인 권려성씨가 지도하는 무용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용을 배우고 있다. 태권도학원, 음악학원, 컴퓨터학원, SAT학원, 대학입시학원 등 많은 학원들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고, 노인회, 경로대학, 노인대학, 노인복지센터가 있어 노인들의 여가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 여름철 2, 3개월을 제외하고는 기후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운동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골프클럽은 이미 여러 개가 있고 축구, 테니스, 볼링, 최근엔 야구, 농구 클럽까지 생겨 자신의 건강유지와 생활의 활력을 찾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신이 자연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그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문화를 만들었다. 라스베가스는 화려한 불빛만이 있는 곳이 아니다. 문화가 있는 곳이다. 문화 가운데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올해는 제발 외지인들이 라스베가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쁜 말들을 안 했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Viva! Las Vegas.
배 정 환
시인· 라스베가스 서울문화원장
시사서울USA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