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창 선구자상’ 수상 임용근 오레곤주 하원의원
2007-01-17 (수) 12:00:00
“이제 미주 한인 가운데서 주지사 한 명이 나올 때쯤 됐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합니다”
미주한인재단-워싱턴(회장 정세권)이 수여한 ‘최제창 선구자 지도자상’을 수상한 임용근 오레곤주 하원의원은 참 소탈했다.
‘미주 한인의 날’ 기조 연설을 겸한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는 “내가 주 상원에 처음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영어 발음이 안 좋아 유권자들이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솔직 담백한 말로 좌중에 수 차례나 폭소를 자아냈다. 임 의원은 “내 영어가 아놀드 슈와츠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보다는 낫다는 말을 듣고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자신의 농담과는 달리 임 의원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레곤주 상원의원에 연거푸 세 번이나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고 주 하원의원에도 압도적인 지지로 이번이 두 번째다.
현재 72세인 그가 31살의 나이에 미국에 올 때 주머니에는 100달러 밖에 없었다. 그 돈도 평소에 그렇게 갖고 싶었던 카메라를 도쿄 공항에서 사느라 다 써버렸다.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하고 처음 공직에 출마한 게 50세 때다. 그야말로 겁도 없이 주지사에 선거에 먼저 이름을 냈다. “떨어질 줄을 알고 있었지만 이름 석자를 유권자들에게 알리는데 큰 효과를 봤다”는 회고다. 7명의 공화당 후보 중 2번째로 많은 득표를 했다. 30만달러가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첫 주 상원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다. 민주당 텃밭에서였다.
그렇게 승승장구해왔지만 지난 주 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인기가 없어 고전을 예상했는데 65%의 지지를 얻었다.
임 의원은 “이왕 정치를 시작했으니 주지사로 마감을 마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0년 선거가 있는데 지금부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자꾸 꿈을 말하면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그 사람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할 꺼라는 계산이다. 사업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또 정치적으로 이번이 최적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당선을 위해 출마한다.
임 의원은 이날 한인 청년들이 꼭 명심해야할 말들도 많이 했다.
“차별이 없는 사회는 없다. 이민자로서 분명히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끼지 몰려다니면 안된다.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 용기를 가져라. 한인들은 자랑스런 문화와 전통, 교육열을 가진 민족이다. 이민 온지 20-30년 됐으면서도 고향만을 바라보는 삶은 옳지 않다. 주류사회를 경험하기 위해 나는 일부러 가족들과 미국교회도 출석했다.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한 사람을 의회로 진출시키면 수 만 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법안을 다룰 수 있다. 우리가 가지 약점을 오히려 최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날 청중들은 한인 이민사를 새롭게 창조해 가는 한 인물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