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 넣어 만든 요리 ‘술술’ 넘어가네

2006-1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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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식의 조화나 궁합이라고 하면 안주를 생각하기 쉽지만 요리에서 술이 쓰이는 레서피는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 소스, 마리네이드, 스톡, 심지어 주요 재료로 쓰여져 음식의 맛을 상승시켜 준다. 따라서 술은 유명 셰프나 손맛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누구네 엄마의 주방 한 구석에서도 조용히 사용되는 비밀병기 중의 한 가지이다. 요리에서 술을 이용하는 방법과 레서피에 명시한 술이 없거나 어린아이용 음식 만들 때 술 대신 사용할 재료들을 같이 알아두면 요긴하다.

소주·맥주·와인·브랜디 등 조금 넣으면
비린내 제거… 고기 연하게… 맛 ‘업그레이드’


<술을 넣어 각종 디저트나 음식을 만들면 음식의 맛을 더욱 친근하게 만끽할 수 있다>


▲소주
먹다 남은 소주는 각종 닭고기의 잡냄새, 생선의 비린내, 오징어 데칠 때 살짝 넣어주면 효과가 좋다. 소주를 물에 3:7 정도로 희석하여 여러 가지 기름때가 낀 개스레인지 주변을 부드럽게 닦아보면 놀랄 정도로 부드럽게 기름때가 잘 빠진다. 소주를 이용한 매실주는 너무나 많은 요리에 사용될 수 있다. 이것만 살짝 넣어주면 맛이 두 단계 정도 상승된다. 흔히 맛술로 알려진 미린은 청주의 알콜 성분을 다 증발시키면서 여기에 단맛을 가미한 것이다. 튀김옷을 만들 때 물과 소주를 반반 정도 섞어서 사용하면 더욱 바삭해지는데 원리는 물보다 더 빨리 증발되는 알콜 때문이다. 섬세한 맛의 차이이지만 소주 대신에 청주를 선호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와인
드라이한 화이트와인은 기본적으로 닭고기 육수를 만들 때 들어가는 기본재료 중 하나이다. 닭고기를 잴 때 사용될 뿐 아니라 각종 해물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홍합이나 조개요리에 사용되는 화이트와인의 사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먼저 팬에 양파나 샬롯을 다져 넣고 살짝 볶은 다음 여기에 조개나 홍합을 넣고 다진 마늘 1개를 넣는다. 원한다면 약간의 실란트로를 넣어도 된다. 여기에 재료가 살짝 덮일 정도로 화이트와인을 부어준다. 뚜껑을 닫고 조개의 입이 열리면 다시 살짝 국물이 끓어오르게 한 후 버터 1작은술, 소 금, 후추를 넣어서 마무리하면 시원한 프랑스식 조개탕이나 홍합탕이 된다. 서양요리에는 기본적으로 와인을 요리에 많이 이용하는데 닭고기를 레드 와인에 충분히 마리네이드하여 보라색이 나는 치킨요리를 코코뱅(coq au vin)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유행한 적포도주를 이용한 삼겹살요리는 그 육질을 연하게 하고 냄새를 없애주어 한동안 유행한 음식중의 하나이다.
와인대체 재료로서 알아두면 좋은 것은 화이트 와인은 흰포도주스와 화이트와인 비네거, 치킨 스톡이며 레드와인은 포도주스와 레드와인 비네거이다.

▲맥주
기네스 맥주를 이용하여 맥주에 통닭이나 터키를 담가놓았다가 로스트 하는 방법은 맥주와 로스트 닭요리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맥주의 향이 닭고기의 잡냄새를 없애준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맥주 캔에 반정도 맥주를 남겨놓고 여기에 닭의 밑 부분을 그대로 끼운 후 세워서 그릴에 넣고 오랜 시간 굽는 방법도 있다. 이외에도 오징어 튀길 때 맥주를 물 대신 부어넣고 튀길 수도 있고 한인들이 좋아하는 소꼬리 찜을 만들 때 맥주를 붓는 것도 재미난 활용법이다. 맥주 대체재료 알콜이 없는 맥주(root beer), 진저에일, 치킨스톡, 버섯스톡 등.

▲브랜디 또는 코냑

<브랜디를 섞어 만든 초콜릿 무스>

와인만큼이나 다양하게 요리에 이용되는 알콜로 프라임 립 만들 때 적당량의 브랜디를 다른 재료와 섞은 후 오랜 시간 발라가면서 로스트하면 알콜 성분은 다 날아가지만 잔향으로 고기의 맛을 상승시켜준다. 많은 디저트에 사용되는데 브랜디가 들어간 초컬릿 무스는 인기 디저트이다. 브랜디 대체 재료는 진한 과일주스(사과주스, 라스베리주스 등) 원액.

▲디저트용 알콜
디저트에 들어가는 알콜은 플람베(flambe-불을 붙여서 알콜 성분이 순간적으로 다 날아가게 만드는 기법)한 디저트가 아닌 이상 아이들을 위해서는 권하지 않는다. 오렌지 술로 알려진 코인트로(cointreau)는 집에서 손쉽게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알콜 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팬케익이나 각종 푸딩 만들 때, 머핀, 케익 만들 때 1작은술만 가미하면 그 잔향으로 인해 맛을 급상승시켜 준다.
레서피에서 명시한 알콜이 없다고 해서 집에서 음식 만들기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위에 명시한 각종 대체 재료를 사용하면 그와 비슷한 맛이 나고 1작은술 정도의 양이라면 별 5개의 레스토랑 셰프와 견줄 생각이 아닌 이상 과감하게 빼버려도 된다고 전문 셰프들은 말한다.

<글·사진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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