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한인 시민권 취득 감격
2006-11-08 (수)
60대 여성, 지인·복지기관 도움 받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한인 여성이 최근 시민권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또 그가 시민권 시험을 보기까지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운 이들이 있어 커뮤니티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시카고에서만 30년이 넘게 살아온 L씨는 얼마 전 시민권 시험에 응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특히 L씨는 영어와 한국어 모두 문맹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준비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래서 합격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얼마 전 유방암 치료를 받은 L씨. 그러한 그가 시민권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30년 지기 조춘자씨(67)의 도움과 시카고 한인사회복지회의 도움이 컸다.
L씨는 지난 1975년 주한미군이었던 남편 덕택으로 영주권을 받아 도미했지만 4년 뒤 남편이 갑자기 병사한 데다 유산까지 친척들에게 가로채이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이런 L씨에게 시민권 취득을 권유한 것이 바로 조씨. 각종 복지혜택이 제공되는 시민권 취득만이 약값에 병원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L씨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L씨와 조씨는 한인사회복지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처지를 알게된 사회복지회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모르는 L씨에게 시민권 시험에 합격하도록 돕는 일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회 측은 시민권과 관련된 내용을 직접 녹음해 반복해서 들려주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L씨 또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학업에 열중, 그는 마침내 시민권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