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4회 한미축제 결산 특별 좌담회

2006-10-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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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축제는 명칭과 성격, 콘텐츠 부문에서 새로운 틀을 선보이며 긍정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며 말못할 사연도 많았을 텐데 소개해주시죠.

한미화: 한마디로 가을비에 울고 웃은 잔치였습니다. 금요일 오전 부스를 설치하는데 비바람에 그냥 날아갈 정도였습니다. 토요일에도 오전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 절망해 있는데 행사장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걸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경원: 김대균 명인의 줄타기에 4미터짜리 둥근 나무가 필요했는데 워싱턴을 다 돌아다녀도 3미터65센티 크기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사각형이라 밤새 깎아 간신히 댈 수 있었습니다.
김영근: 민간 자원봉사자들만의 힘으로 축제를 치루려니 힘들었습니다. 4-5명이 몇 달간 생업을 미루고 뛴 결과 이 정도라도 해냈습니다. 경찰 집계로 2만4천명인데 만약 날씨가 좋아 더 많은 인원이 몰려왔다면 우리가 수용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김명호: 한국에서 초청한 예술인들의 비자문제가 출국 며칠 전까지 해결되지 않아 애를 태웠습니다. 고구려예술단은 그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몇 시간씩 공연하다 몸살까지 걸릴 정도였습니다. 비보이 그룹인 라스트 포 원도 요즘 젊은이답지 않은 예의바른 행동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대균 명인은 펄펄 날아보겠다고 각오가 대단했으나 줄에 습기가 먹으면서 탄력을 잃어 실력발휘를 다 못했다고 아쉬워하더군요.

-축제를 성공케 한 요인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인지 지적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영근: 무엇보다 자원봉사자와 훼어팩스 경찰, 부스 임대인들, 스폰서 해주신 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축제의 성공은 전적으로 이들의 몫이었습니다. 아쉬운 건 쓰레기 처리문제인데 좀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경원: 남의 집 잔치 구경하듯 하는 게 그 동안의 축제였는데 이번에는 한인들이 손뼉치고 함께 함성도 지르며 직접 참여한 축제라 의의가 큽니다.

한미화: 미국인들도 행사의 규모나 참가 한인 숫자에 깜짝 놀랐습니다. 경찰들은 “이렇게 큰 행사를 치르며 주민들의 불평이 한 건도 없었던 건 한인 행사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축제의 연륜이 쌓이면서 한인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명호: 몇몇 연예스타 위주가 아닌 예술단 위주의 문화 공연이라 힘들었습니다. 현재의 축제인력 등을 감안하면 균형감 있는 조율이 필요하며 타문화에 대한 배려도 더 요구됩니다.

한미화: 좀더 완벽한 축제를 치르려면 축제재단 같은 상설조직체가 있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 미국사회를 뚫으면 더 완벽한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입니다.

서경원: 준비된 축제가 필요합니다. 한인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지역축제로 승화되려면 미국인들과 다인종이 더 많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영근: 이번 행사는 과거와 미래를 분기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봅니다. 이젠 규모가 커져 예산과 인력의 충분한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풀타임 인력을 고용, 행사장소를 미리 확보하는 등 안정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하며 한미 대기업 등의 펀드를 더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축제를 통해 결집된 동포사회의 목소리와 힘을 한인들의 미래를 향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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