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10년만 어렸다면”
2006-09-25 (월) 12:00:00
지나온 삶을 후회하면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다룬 책 중에서 P. D. Ouspensky의 Strange Life of Ivan Osokin이라는 유명한 책이 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읽을 만한 수준의 책으로 이 책에서 주인공 이반은 26세에 자신의 삶이 끝장났다고 결론내리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자살하기 전에 그는 어느 마법사를 찾아가 10년쯤 전으로 자신을 되돌려 보내달라고 간청해 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는 목숨을 끊겠다는 각오를 한다. 그 뿐 아니라 지금 자신이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지혜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마법사가 비록 그렇게 보내주어도 똑같은 삶을 되풀이할 것이라며 거절하자 이반은 내가 설마 알면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겠느냐고 펄쩍 뛴다. 마법사는 “You already knew.” 알고서도 그런 삶을 살았다고 말하면서 마지못해 이반을 10년 전으로 되돌려 보낸다. 그가 26년을 살면서 갖추게 된 모든 지혜를 고스란히 간직하게 해서 말이다.
필자는 소설 속의 이반 못지아니한 “dead-end”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중·고등학생들을 매주 만나는데 이 아이들이 이반처럼 “I wish I were younger.”라는 말을 한다. “How much younger do you want to be?” 물어보면 초등학교 2, 3학년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서 뭘 할 거냐고 물어 보면 어떤 아이들은 비디오, 컴퓨터 게임 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영어, 수학 기초를 쌓겠다고 말하고, 어떤 아이들은 화내지 않겠다고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truancy ticket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해서 대학을 가겠다고 말한다. 나이들은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10년만 젊었다면” 세상 한 번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지 같은 것을 이 아이들은 표명한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때에는 삶의 지혜가 부족했다고 말하면서.
필자는 이 학생들에게 그렇다면 지금 지니고 있는 삶의 지혜가 자신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왜 아무 쓸모가 없는지 이유를 물어본다. 지난 10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어째서 과거로 되돌아가야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전에는 없었다는 그 삶의 지혜를 지금 사용하지 않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17, 18세 아이들이 소설 속의 어른 남자 이반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Too late.”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알면서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지혜나 젊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법사의 말처럼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 필자는 소크라테스가 되어서 학생들에게 좋은 GPA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대학졸업장이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인지를 물어보면 이들은 매일 매일 주어진 과제에 최선을 다했을 때 생겨난다고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 최선을 다 하는 일이 온갖 전자제품, 놀이와 단절한 채로 책상 앞에 눌러 앉아 매일 3, 4시간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학습행위에 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이 아이들도 비로소 자신들이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음을 시인한다.
이반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같은 삶을 두 번 살지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가 전에 하기 싫었든 일들은 두 번 살아도 역시 하기가 싫고, 그의 넋을 빼앗아갔던 쾌락적인 일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넋을 빼앗아간다. 최선을 다하는 삶은 지혜와 젊음보다는 지금 이를 실천하는 그 사람의 행동이 결정한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에서 이미 학업 성취도와 행동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면 타고난 머리, 성격으로만 여기지 말고 이들도 나중에 알면서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자녀행동을 일찍 수정해 주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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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손<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