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 크기·모양 천차만별

2006-09-20 (수)
크게 작게
187㎖서 50ℓ까지… 날씬하거나 뚱뚱하거나
병 크기·모양 천차만별

750㎖짜리 기본형 67배 크기 병까지 출시
사이즈마다 다른 큰 병 이름 성경서 따와

인 병은 다 똑같은 것 같지만 종류가 굉장히 많다.
포도품종에 따라 병의 모양도 다르고, 병의 크기는 무려 10여가지나 다르게 나온다.
병의 모양은 포도 품종과 지역에 따라서 다른 것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모양은 보르도 병으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비롯해 신세계에서 나오는 카버네 소비뇽, 멀로, 진판델 등 레드 와인과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 등의 화이트 와인에 사용된다.
독일산 리즐링이나 게부르츠트라미너 같은 가벼운 화이트 와인은 가늘고 목이 길며 날씬한 병에 담겨있고, 프랑스 버건디와 피노 누아, 샤도네는 어깨가 턱이 지지 않고 부드럽게 경사졌으며 배가 조금 뚱뚱한 모양이다.
론 와인은 버건디와 비슷하지만 약간 홀쭉한 편이고 샴페인 병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 병이 두껍고 바닥이 움푹 파여 있다.
한편 병의 사이즈는 4분의 1병 용량인 187ml 짜리부터 무려 67병 용량인 50리터 짜리까지 13~14개가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와인 병은 750ml 짜리를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와인을 각자 사이즈가 다른 병들에 넣고 일정 시간 숙성시키면 그 숙성도가 모두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작은 병에 든 와인은 빨리 익고 큰 병일수록 숙성 속도가 느리다. 그 이유는 병 사이즈에 관계없이 와인을 병입할 때는 비슷한 양의 산소가 들어가게 되는데 그 산소 양에 비해 와인의 양이 많으면 그만큼 덜 산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큰 병 사이즈로 나오는 와인들은 오랜 숙성이 가능한 보르도 레드 와인과 카버네 소비뇽, 그리고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병속에서 숙성하지 않지만 어떤 귀족적 밸류 때문에 큰 병 사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양이 두배면 가격도 두배가 아니라 두배보다 조금 더 비싸다. 큰 병 사이즈는 많이 만들지 않아서 희소성이 있으며 훨씬 더 오래 숙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따라서 컬렉터들은 큰 병 사이즈의 와인을 선호한다.
큰 병들에는 사이즈마다 이름이 붙어있는 것도 특이하다. 그 이름이 대부분 성경 속의 인물에서 따왔다는 사실도 흥미로운데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1725년에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메이커들이 3리터짜리 병에 ‘여로보암’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첫 기록으로, 아마도 병 사이즈가 크니까 북 이스라엘 첫 왕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될 뿐이다.
그보다 더 큰 사이즈의 병들은 1940년대에 와서 만들어졌는데 여로보암의 전통을 이어 르호보암, 느부갓네살, 무드셀라, 발타사르 등의 이름이 계속 붙여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음은 와인 병의 용량과 이름이다. 사이즈가 큰 것은 레드와인 병과 샴페인 병의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샴페인 병의 이름은 (괄호)처리하였다.
*187ml(1/4병): Split (Split)
*375ml(1/2병): Half Bottle (Half
Bottle)
*500ml(3/4병): Half Liter (Half Liter)
*750ml(1병): Bottle (Bottle)
*1.5 L(2병): Magnum (Magnum)
*2.25 L(3병): Marie-Jean (없음)
*3 L(4병): Double Magnum (Jeroboam)
*4.5 L(6병): Jeroboam (Rehoboam)
*6 L(8병): Imperial (Methusalah)
*9 L(12병): 없음 (Salmanazar)
*12 L(16병): 없음 (Balthazar)
*15 L(20병): 없음 (Nebuchadnezzar)
*50 L(67병): 없음 (Soverign)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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