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권층 자녀 ‘뒷문 입학’은 중산층 합격자리 강탈하는 셈

2006-09-1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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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배계급의 명문대 학벌세습’파헤친 대니얼 골든 기자 타임지 인터뷰

월스트릿 저널지 기자 대니얼 골든은 아이비리그로 통칭되는 엘리트 스쿨들이 동문자녀들과 뭉칫돈을 기부한 큰손의 자녀와 유명 인사의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는 ‘뒷문으로 입학하는 아이들’을 파헤친 기사를 써서 2004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 자신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골든은 아버지의 후광과 집안의 화려한 배경이 없으면 엘리트 대학의 3분의1 가량 학생은 현재 그 자리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후려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합격장의 가격: 미국의 지배계급은 어떤 식으로 엘리트 대학으로 들어가는 길을 매입하는가-그리고 누가 문밖에 남겨지는가’(The Price of Admission: How America’s Ruling Class Buys Its Way into Elite Colleges-and Who Gets Left Outside the Gates)라는 센세이셔널 한 제목의 책이 9월에 나왔다. 이 책의 저자 골든 기자는 “실력 있는 대학으로 통하는 엘리트 대학들이 잘못된 통념이며 꾸며낸 허구인 신화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골든 기자를 타임지가 인터뷰했다.

“총명한 학생들 집단이어야 할 대학이 귀족사회 지켜주는 기관이어선 곤란”
“빌 프리스트 상원 원내총무 두 아들 고교때 탑20% 못꼈지만 프린스턴 가”


특혜가 주어질 만한 대상이면 도대체 얼마만큼 이익을 보는가?
부모가 충분한 돈을 기부했거나 유명 인사이거나 파워가 있는 동문이라면 1,600점 만점의 SAT 점수에서 300점을 더 따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이는 어퍼머티브 액션과 같거나 그보다 약간 더 이익을 보는 수준이다. 전형적인 엘리트 대학의 학생 3분의1 가량은 이런 특혜가 없으면 아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동문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등의 이런 혜택이 뭐가 그리 나쁘단 말인가?
대학입학은 제로섬게임이란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한 사람이 들어오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다른 사람은 문밖에 서 있어야 한다. 특혜 받은 자녀들이 바글댄다면 강의실은 지적 토론의 질이 떨어질 것이며 대학의 다양성 또한 피해를 볼 것이다. 비영리단체인 이런 대학들이 최고이자 가장 총명한 학생의 집단이어야지 미국의 귀족사회를 영속시키는데 일조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톱 스쿨들은 “손을 바깥으로 향해 뻗고 있다”며 다양화를 꽤 강조하고 있다. 위에 지적한 그런 문제들이 시정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지원자가 대폭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유층 자녀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대부분 불합격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재정보조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혜층 자녀나 레거시를 감소시킨다는 발표는 그 어디도 없으며 엘리트 스포츠인 스콰시, 세일링, 폴로, 크루 같은 스포츠 특기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도 없다. 피해자는 중산층 자녀들이다. 총명하고 근면하고 성취도 높지만 그것만으로 안되니 문제가 아닌가.

누가 아이비그 대학의 뒷문을 이용하는가?
그 숫자는 많지만 상원 원내총무 빌 프리스트의 장남 해리슨 프리스트의 예를 들어보자. 그의 아버지는 프린스턴 동문이며 막강한 파워를 지닌 정치인이다. 게다가 그의 가족은 프린스턴에 프리스트 캠퍼스 센터를 위해 2,500만달러를 기부했다. 해리슨은 세인트 알반즈의 프렙스쿨에서 탑 20%인 쿰 로드 소사이어티에도 들지 못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런데도 해리슨은 프린스턴 대학의 입학과정에서 꽤 높은 합격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프린스턴의 대변인은 프리스트는 그만의 장점으로 합격됐다고 말하고 있다).

프린스턴에서 그는 어떻게 생활했나?
소란스러운 것으로 악명 높은 먹는 클럽에 들어갔다. 결국 음주운전으로 체포됐다. 이번에 졸업은 했지만 학업적인 성취는 별로 없었다. 이번에는 그의 가장 어린 동생이 이번 가을 프린스턴에 입학했다. 그 역시 세인트 알반에서 쿰 로드 소사이어티에 끼이지 못했던 학생이다(프리스트 가족은 이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다).
빌 프리스트는 아직도 어퍼머티브 액션을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저소득층이나 종족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특혜는 거부하면서 그의 가족들을 위한 한 가지 특혜의 이득을 즐기고 있다고 해석된다.

당신도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다. 당신도 레거시(legacy)인가?
그렇지 않다. 아버님은 뉴욕의 시티칼리지에 다녔으며 어머니는 스키드모어에 다니셨다. 내 부모는 두 분 다 이민자였으며 간판보다는 실력 위주의 사람들이었다고 믿는다.

고교생 아들이 있는 걸로 안다. 레거시로 하버드 입학에 도움이 될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하버드에는 지원서조차 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쓴 책을 읽어보면 내가 대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아들을 캐나다 대학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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