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 이름도 튀는 게 좋아

2006-09-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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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Bastard’ ‘Marilyn Merlot’ ‘Hey Mambo’

와인의 대중화와 함께 와인의 레이블도 대중적으로 변하고 있다.
몇 달전 레이블에 동물 그림이 그려있는 와인이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그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요즘 새로 나오는 와인들의 이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펑키하고 재미있다.
‘팻 배스타드’(Fat Bastard), ‘마릴린 멀로’(Marilyn Merlot), ‘스크루 카파 나파’(Screw Kappa Napaa), ‘헤이 맘보’(Hey Mambo)…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와인의 이름은 클래식할수록 멋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 미국의 신세대 와인 드링커들은 쉽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도저히 읽어지거나 외워지지 않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로 쓰인 레이블보다는 유머가 있고 튀는 이름, 기억하기 쉽고 재미있는 이름의 와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과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진지한 와인애호가들은 아무래도 이런 추세가 못마땅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좋은 와인라면 맛과 질로 승부해야지, 마케팅 할 방법이 고작 이름밖에 없느냐는 것이다.
이름이나 레이블을 놓고 시비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려운 단어가 잔뜩 써있는 고풍창연한 레이블이 붙어있다 해서 다 좋은 와인인 것도 아니고, 장난기 어린 이름과 엉뚱한 그림의 레이블이 붙어있다 해서 싸구려 와인인 것도 아니니까.
그저 이름이 어떠하든 오늘 저녁 한 모금 마실 때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 그게 최고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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