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기행’ <4·끝>

2006-08-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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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60피트 동굴서 와인 자연숙성

560에이커 넓이 그림같은 경치 일품
인공방식 완전 배제 자연식으로 양조
매년 3만5천 케이스 날개 돋친듯 팔려

뉴튼(Newton) 와인은 와인 샵이나 식당 와인리스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몇번 마셔본 적이 있었다. 레드 와인 한 병이 소매가 20~50달러로 만만한 가격에 비해 맛이 꽤 괜찮았던, 평범한 와인 중 하나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와이너리를 방문하고는 입을 딱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엄청난 포도원 규모에 깜짝 놀랐다. 그 비싼 나파 밸리의 세인트 헬레나 지역 금싸라기 땅을 560에이커나 소유하고 있다니 이제껏 가본 와이너리 중 최대 규모인 것 같았다. 정문에 들어선 후에도 한참을 굽이굽이 달려서 스프링 마운튼 산등성이에 올라서야 본관 건물이 나오는데, 거기 서서 산밑으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포도밭 풍경을 내려다보노라면 로버트 파커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그 아름다운 와이너리 중 하나”라고 평했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와인은 인공적인 양조방법을 배제하고 완전히 자연적인 전통방법에만 의존하여 양조된다는 사실이다. 연간 3만5,000케이스라는 엄청난 양을 생산하면서도 살충제나 제초제, 화학비료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포도를 재배하여 일일이 손으로 수확하고, 자연 효모에 의해 발효시키며, 필터링을 하지 않은 채 병입함으로써 이곳의 테루아를 가장 섬세하고 내추럴하게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자연의 순수성 즉 한 그루의 나무에서 영근 포도열매의 향기를 그대로 와인 한 병에 담아 보존하려는 와인메이커의 노력이 대단하다.
또 하나 구경할 만한 것은 산을 파서 만든 60피트 지하의 케이브로 1만5,000스퀘어피트 크기 케이브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샤도네를 저장하는 동굴이고 다른 하나는 레드 와인 저장용으로 와인의 숙성도 자연동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뉴튼 와이너리는 피터 뉴튼과 그의 아내 수화(Dr. Su Hua Newton)가 1977년 설립했다. 당시로는 불모지였던 스프링 마운튼(나파 밸리와 소노마 밸리를 양분하는 산) 일대를 사들여 포도원으로 개간, 토양에 따라 구간을 나누어 카버네 소비뇽, 멀로, 카버네 프랑, 프티 베르도를 재배하고 있고 샤도네 만은 카네로스에서 재배한 포도를 쓰고 있다. 중국 태생인 수화 뉴튼은 훌륭한 와인메이커이기도 하지만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나 와이너리 건물과 방대한 가든을 중국식 컨셉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 방문객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뉴튼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와인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테이블 와인으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레드 레이블’(Red Label: 클라렛(Claret)과 샤도네, 25달러), 그보다 좀더 공들여 만든 섬세한 맛의 ‘언필터드’(Unfiltered: 샤도네, 멀로, 카버네 소비뇽, 55달러), 그리고 뉴튼의 대표주자인 보르도 블렌드의 ‘퍼즐’(Puzzle, 70달러)이 있다.뉴튼 와이너리는 예약자에 한해서만 하루 1회(오전 11시) 투어와 테이스팅을 제공한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Newton Vineyard 2555 Madrona Avenue St. Helena, CA 94574 (707)963-9000


■여행에서 건진 맛있는 와인

이번 와이너리 여행의 수많은 시음에서 너무 맛있다고 다들 열광한 와인 몇종류를 소개한다.
▲노사이드(2001 Northside Red, 14달러)-산타바바라의 라펀드(Lafond)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이 테이블 와인은 가격도 싸고 너무 맛있어서 갈 때마다 한 케이스씩 구입하게 된다.
좀체 다른 품종과 블렌드 하지 않는 피노 누아(48%)를 시라(52%)와 섞은 와인으로 피노 누아의 가볍고 섬세한 맛에 시라의 스파이스와 깊이가 더해진 독특한 맛이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아주 훌륭한 테이블 와인.



▲아이소셀레스(2003 Isosceles, 60달러)-파소 로블스의 저스틴(Justin)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으로 카버네 소비뇽(91%)과 카버네 프랑(6%), 멀로(3%)를 섞은 보르도 스타일 레드 와인이다.
해마다 고르게 우수한 맛으로 각종 와인 평가에서 항상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지금은 아주 진한 맛이지만 좀더 숙성하면 대단히 풍요롭고 우아한 맛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티스트 시리즈(2001 Artist Series, 75달러)-소노마 카운티의 켄우드(Kenwood)의 리저브 급 프리미엄 와인으로 역시 카버네 소비뇽에 약간의 말벡(4%)을 섞은 보르도 블렌드이다. 부드럽고 정교한 맛이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팔레트를 황홀하게 적신다.
레이블에 매년 로컬 화가들의 작품을 넣고 있어 ‘미국의 무통 로실드’라고도 불리는데 2001년 레이블은 폴랜드 태생의 타마라 드 렘피카가 그린 ‘기타를 든 푸른 옷의 여인’.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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