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드럽고 우아한 스파클링 와인 일품

2006-08-16 (수)
크게 작게
‘피노 무니에’ 첫 도입
해마다 20만명 방문
그림·조각·사진 즐비
유명 미술관 온듯

나파 밸리 초입 욘트빌(Yountville)에 위치한 도메인 샹동(Domaine Chandon)은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200에이커가 넘는 와이너리 전체를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 방문객들이 산책하고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아 방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기분 좋고 여유롭다. 특히 그림, 조각, 사진 등 수준높은 예술작품을 많이 비치하고 있어 곳곳에서 재미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특이한 건축물도 볼거리이고 그 안에 걸린 사진작가 비 보타로의 작품들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탄성을 자아내는 것은 야외공원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는 조각품들이다. 또 예쁜 호수와 그 위를 건너도록 만든 다리, 평화로운 분수들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와이너리가 아니라 무릉도원에 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연간 20만명 이상 방문한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또 하나 이 와이너리의 명물은 자체적으로 경영하는 식당(the Restaurant at Domaine Chandon)이다. 30년전 문을 연 이 고급식당은 나파 밸리에서 와이너리가 운영하는 유일한 식당으로 아주 럭서리한 분위기에 음식 수준도 최상급이다. 몇 년전 방문했을 때는 식당을 밖에서 구경만 하고 침을 흘리며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가 아주 행복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왔다.


돌로 만든 버섯들. 이렇게 특이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넓은 정원 곳곳에 서 만날 수 있다.


도메인 샹동은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샴페인 회사 ‘모에 샹동’(Moet & Chandon)이 나파 밸리에 1973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스파클링 와인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브루 클래식(Brut Classic),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 리치(Extra Dry Riche), 리저브(Reserve Brut), 에뚜알 브루(Etoile Brut), 에뚜알 로제(Etoile Rose) 등 6종류의 기포성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샤도네, 피노 누아, 피노 무니에 3종류의 와인도 만들기 시작했다. 도메인 샹동은 피노 무니에(Pinot Meunier) 품종을 미국에 처음 들여온 와이너리라는 점도 늘 자랑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은 샤도네, 피노 누아, 피노 무니에 3개 품종으로 만드는데 이 포도품종들은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도메인 샹동은 해발 1,700피트의 마운트 비더(Mt. Veeder)에서 자란 샤도네와 카네로스(Carneros)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와 피노 무니에를 사용하고 있다.
도메인 샹동의 스파클링 와인들은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며 과일향이 상쾌한 것이 특징이다. 카네로스 지역의 스파이시한 토양의 맛을 잘 표현하는 피노 누아와 자두, 바닐라, 래즈베리 등 과일향이 강한 피노 무니에,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고 사과향과 무화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샤도네가 적절히 섞여져 전통 샴페인 제조방식(Methode Champenoise)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아주 고급스러우면서도 섬세하다. 나파와 프랑스 샴페인의 좋은 점만을 골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격이 18~45달러 정도인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와인이다.


도메인 샹동의 최고급 와인인 ‘에뚜알’

특히 도메인 샹동의 스타 와인인 에뚜알은 다양한 과일향이 섬세하게 살아있으면서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과 기분좋게 부서지는 기포들이 한 모금 머금으면 팔레트를 황홀하게 적셔준다.
특이한 것은 올해 출시하는 에뚜알부터 병마개를 코르크 대신 크라운 캡(crown cap·콜라나 맥주 병 마개 같은 것)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상징이 코르크 마개를 절묘하게 열어서 뻥하는 소리는 나되 거품이 흘러나오지 않고 약간의 탄산개스만 연기처럼 올라오도록 하는 것인데 이 중요한 과정 없이 샴페인을 마시도록 결정했다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와이너리 측에서는 코르크 마개가 상할 확률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보하며 고급스런 디자인의 크라운 캡 오프너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순간 마시는 최고급 샴페인의 이미지가 크라운 캡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조금은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라는 느낌도 가져본다.

<정숙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