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짧지만 황홀했던 ‘3박4일 열애’

2006-08-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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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이너리 기행’ <1>

샌타바바라·나파 밸리·소노마 카운티 등

지난 달 말 3박4일간 아름다운 와이너리 기행을 했다.샌타바바라, 파소 로블스, 나파 밸리, 소노마 카운티…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와인 산지들을 모두 돌아보고 왔으니 얼마나 황홀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 네명의 친구가 한 팀이 되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와이너리들을 두루 방문하면서 맛있는 식당들에서 먹기도 엄청 먹었고 여기저기 좋은 구경을 많이 하고 다녔다.
평소 샌타바바라 따로, 파소 로블스 따로, 나파, 소노마 다 따로 다니다가 토탈 패키지로 묶어 한번에 돌고 나니 특별한 감동이랄까,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껴졌고 주로 2박3일로 다니던 일정을 3박4일로 늘였더니 훨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여행 거리가 첫날 LA에서 샌타바바라, 둘째날 샌타바바라에서 파소 로블스, 셋째날 파소 로블스에서 나파 밸리로 이어지는 스케줄이었으므로 한꺼번에 먼 거리를 운전할 필요가 없어서 편안했다. 마지막 날 소노마에서 LA로 한번에 내려오는 거리가 상당하긴 했지만 중간에 샌프란시스코에 내려 한국음식을 먹고 달려오니 그다지 지루한 줄도 몰랐다. 밤 열두시 땡 치면서 LA로 귀환, 집에 도착하니 갑자기 신데렐라가 한 순간에 아줌마로 돌아온 기분…
네 군데 지역의 와인들과 주변환경을 간단하게 비교해 보자. 사실 각 지역마다 와이너리들의 숫자가 100~400개에 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루씩 훑고 다니면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가장 와이너리가 많고, 와인도 맛있고, 와이너리 건축물과 주변 경치가 아름다우며, 돌아다니기도 쉬운 곳은 당연히 나파 밸리다. 우리가 흔히 레이블에서 보아온 유명 와이너리들이 29번 하이웨이 중심도로를 따라 가깝게 붙어 있는데다 너무나 맛있는 식당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질좋은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기기에 이곳보다 좋은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아서 혼잡한 점, 많이 상업화되어 가격도 비싸고 방문객들과의 인간적인 교감을 잃어가는 점 등은 안타깝게 여겨진다.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들은 여러 종류의 와인을 모두 만들지만 카버네 소비뇽을 주품종으로 한 레드 와인들이 아주 우수하다. 이번에 들른 곳은 뉴튼(Newton), 세인트 수페리(St. Supery), 도메인 샹동(Domaine Chandon) 세군데였다.


유명한 와인 생산지 방문 테이스팅 즐겨

한편 샌타 바바라는 LA에서 가장 가깝고 경치가 아름답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샌타바바라 해변과 솔뱅, 롬폭 등 유명 관광지들이 가까이 있어서 한꺼번에 들르기도 쉽고 구불구불 넘어가는 도로 주변의 경치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단점은 와인이 별로라는 것, 그리고 와이너리들이 여기 저기 산재해있어서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폭슨 캐년, 샌타 리타 힐, 샌타 이네즈 밸리, 샌타 마리아 밸리, 솔뱅, 로스 올리보스 등으로 와인산지가 나뉘어져 있는 샌타 바바라는 서늘한 날씨 덕분에 피노 누아와 샤도네가 잘 된다. 요즘 들어 시라의 재배도 늘어나고 있으며 작년에 나온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 덕분에 아직도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여기서는 벡멘(Beckmen), 라펀드(Lafond), 폴리(Foley)를 방문했는데, 라펀드 와이너리가 가장 맛있고 인상적이다.
중가주 파소 로블스는 샌타바바라에 비하여 좋은 와인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면서도 여행코스로는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곳이다. 지역 자체가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 경치가 수려하지도 않을뿐더러 와이너리들이 뚝뚝 떨어져 있어 찾아다니기가 힘들고 와이너리 방문 외에는 별다른 할 일이 없는 지역인 탓이다. 게다가 이곳은 와인 산지(appallation)가 아직 구분되어있지 않고 계속 새로운 와이너리들이 생겨나고 있어 여행지로서는 아직 미개발 지역이라 하겠다.
파소 로블스에서는 프랑스 론 와인의 품종들인 시라, 그레나슈, 무르베드르 등을 비롯해 프티 시라, 루산느 등 특이한 품종의 와인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는 저스틴(Justin), 타블라스 크릭(Tablas Creek), 아델라이다(Adelaida), 미드나잇 셀라스(Midnight Cellars), 이글 캐슬(Eagle Castle) 등 다섯 군데를 방문했는데 이중 저스틴은 아주 좋은 와인들을 만들고 와이너리 자체도 아름다우며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꽤 유명하기 때문에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나파 밸리 옆에 위치한 소노마 카운티는 위의 세군데 와인 산지의 특징들을 고루 갖춘 곳이다. 공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고 와인들이 고루 다 좋으면서 너무 상업화되었거나 관광객들로 분주하지 않아 한가하게 여행을 즐기기엔 아주 매력적이다. 마지막날 들러 내려오느라 충분히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지만 언제고 또 가면 되니까 하는 희망을 남겨놓는다.
애로우드(Arrowood), 이미저리(Imagery), 켄우드(Kenwood) 세군데에서 테이스팅과 투어를 했는데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와이너리들을 다음주부터 하나씩 소개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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