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리리 영주권 주지 말지”

2006-07-3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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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도 지문ㆍ사진 찍는다 방침에 불만 팽배

소수계, 단결로 저지하자 의견도


연방국토안보부가 해외여행시 지문 채취 및 사진을 찍도록 한다는 ‘US-VISIT’ 시스템에 영주권자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함으로써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는 시카고 한인들은 내심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것은 사실상 투표권 등 일부 권리만 제외하면 시민권과 거의 동등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뜻인데 감시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는 것. 특히 US-VISIT 시스템의 표면적인 이유가 범죄자 및 이민법 관리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친이민법 움직임에 태클을 거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부 한인들은 벌써부터‘해외여행 마음 편하게 가긴 글렀다’, ‘시민권 빨리 따야겠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팰러타인에 거주하는 김진혁씨는“일단 기분이 나쁘다. 그전에는 영주권 하면 시민권자들과 거의 동등한 대우를 해 주었었는데 9.11이후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며“시민권을 땄거나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나쁜 짓하는 이들이 많은데 굳이 이민자들만 표적으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버논 힐스에 거주하는 스캇 리씨는“아마 앞으로 해외 여행을 하는데 불편한 일이 많을 것이다. 애초부터 영주권을 주지 말던지 하지, 영주권을 줘 넣고 이런 대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은 시민권을 이미 신청해 놓았지만 시민권이 나오기 전까지 해외여행을 할 때는 불편한 점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일스에 거주하는 최재영씨는“막상 영주권을 받고 보니 영주권자도 뭐 그렇게 좋은 대우를 받는 것만 같지는 않다”며“이번 기회에 시민권을 신청하는 쪽으로 알아봐야겠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주권자도 US-VISIT 시스템에 포함시킨다는 국토안보부의 이번 방침이 비록 거의 실행 확정적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시행 기간을 연기, 또는 법규자체를 완화 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민단체들은 하나로 단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안보부는 이 규정과 관련, 한달 정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둔 후 여러 기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빠르면 오는 10월 시행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한인사회복지회의 박원용 이민취업주택담당 디렉터는“현재 분위기로서는 단언하긴 힘들지만 이 방침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소식이 이제 막 발표됐다는 점에서 여러 이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소수 민족들이 한 목소리를 내면 법안의 시행을 연기한다든지, 아니면 내용을 완화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사실 지금은 선거철이기 때문에 이 법안 자체를 무효화 시킬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7/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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