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맛‘시라’가 뜬다

2006-07-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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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랑스·호주·스페인 등
전세계적으로 재배지역 크게 늘어
파소 로블스 등 가주서도 제조
와이너리 날씨따라 맛 천차만별
색·맛 진하고 이국적 향취 ‘듬뿍’

요즘 시라(Syrah)가 부쩍 뜨고 있다. 시라는 원래 프랑스 론 지방과 호주에서 많이 재배되어온 품종인데(호주에서는 Shiraz라고 한다) 몇년 전부터 세계 각국의 와인 메이커들이 시라를 ‘시리어스’하게 받아들이기 시작, 미국을 비롯한 칠레, 스페인, 이탈리아 남아공화국 등지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재배되고 있는 적포도 품종의 하나가 되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마켓에서 시라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값싸고 맛있는 호주산 시라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이제는 미국, 프랑스, 호주 등 다양한 산지의 시라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사실은 나파, 소노마, 샌타바바라 등 가주 전지역의 모든 와이너리가 시라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라는 색깔도 진하고 맛도 진하며 풀바디에 약간 이국적인 맛을 지녔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고무 탄 내와 후추향이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때로 초컬릿 같은 단맛도 느껴진다. 카버네 소비뇽과 비슷하지만 시라에는 블랙 커런트(black currant)의 맛이 전혀 없고, 멀베리(mulberry·뽕나무) 맛이 강하다는 점이 큰 차이로 지적된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람은 블랙 커런트와 멀베리의 맛이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라는 재배가 쉽지만 재배지역의 날씨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지는 품종이다. 프랑스 시라와 호주 시라즈, 미국 시라가 다 다르고 프랑스 론 지방에서도 북부 론의 시라와 남부 론의 시라가 다르다. 기후가 덥지 않은 북부 론에서는 거의 100% 시라로 만든 고급 와인(Cote Rotie, Hermitage, St. Joseph 등)을 출시하지만 그보다 따뜻한 남부 론(Gigondas, Cotes-du-Rhone, Chateauneuf-du-pape 등)에서는 시라를 그레나슈, 무르베드르, 생소 등과 섞어서 레드 와인을 만든다. 유명한 샤토뇌프 뒤 파프에서는 무려 13종까지 블렌딩하는데 시라는 근육(muscle)이 짜임새가 있어서 다른 품종과 섞였을 때 단단함과 스파이스(spice)를 더해준다.
호주산 시라즈는 프랑스산보다 더 달고 진한데 호주산도 남부 스타일과 남동부 스타일이 또 다르다. 남부의 대표 와이너리는 유명한 펜폴즈(Penfolds)와 하디스(Hardy’s), 다렌버그(d’Arenberg), 피터 레만(Peter Lehmann) 등이고 남동부에서는 바로사(Barossa)나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에서 나온 것이 훌륭하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들어 샌타바바라 지역, 그 중에서도 샌타리타 힐스(Santa Rita Hills)의 시라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조금 의외의 현상으로 샌타바바라 일대는 날씨가 서늘해 전통적으로 피노 누아와 샤도네를 많이 재배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피노 누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여 누구든 피노 누아에 열중하고 있는 형편이라 이 지역에서 시라를 재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라 펀드(Lafond), 멜빌(Melville), 오하이(Ojai), 제이퍼스(Jaffurs) 등의 몇몇 와인 메이커들이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된 시라는 천천히 익어가면서 10월말이나 11월에 수확하기 때문에 특별하고 복합적인 맛과 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더운 지역에서 자란 시라는 과일향이 진하고 부드럽지만 찬 지역의 시라에는 산도와 태닌이 풍부하여 색다른 스타일의 드라이한 시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음은 LA타임스가 최근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맛있다고 선정한 샌타리타 힐스의 시라들이다. 아직 모두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와이너리에 직접 주문해야 살 수 있다.
▲2004 Presidio Syrah, Presidio Vineyard, Santa Ynez Valley.(www.presidiowinery.com, 39달러) ▲2003 Ojai Vineyard Syrah, Melville Vineyard, Santa Rita Hills.(www.ojaivineyard. com, 56달러) ▲2003 Kenneth-Crawford Syrah, Evans Ranch, Santa Rita Hills. (www. kennethcrawford.com, 32달러) ▲2004 Jaffurs Syrah, Ampelos Cellars, Santa Rita Hills. (www. jaffurswine.com, 42달러) ▲2004 Ampelos Syrah, Ampelos Cellars, Santa Rita Hills. (www. ampeloscellars.com, 38달러) ▲2004 Melville Syrah, Donna’s Vineyard, Santa Rita Hills. (www.melvillewinery.com, 36달러) ▲2003 Lafond Syrah, Lafond Winery and Vineyards, Santa Rita Hills. (www.lafondwinery.com, 38달러) ▲2004 Samsara Syrah, Melville Vineyard, Santa Rita Hills. (www.samsarawine.com, 40달러)
다음은 얼마전 와인 스펙테이터 잡지가 소개한 호주와 남아공화국 산의 값싸고 우수한 시라들이다. 괄호안은 산지와 가격과 테이스팅 점수.
▲2004 Thorn-Clarke Shiraz Barossa Shotfire Ridge(호주, 18달러, 91점) ▲2004 Glen Carlou Syrah Paarl(남아공, 22달러, 90점) ▲2003 Peter Lehmann Shiraz Barossa(호주, 15달러, 89점) ▲2003 Fairview Shiraz Paarl(남아공, 15달러, 88점) ▲2004 Grant Burge Shiraz Barossa Barossa Vines(호주, 14달러, 87점)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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