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룸메이트 잘못 선택하면 기숙사생활 1년이 괴로워

2006-07-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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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은 괴로워. 룸메이트 때문에.”
삶은 체험에 의해서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지는 모자이크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이건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자야 하는 시간에
밤늦게까지 불 밝히고 책을 보지 않나, 한참 자야하는 새벽시간에
알람시계로 천지를 진동시키지를 않나, 시도 때도 없이 친구를 불러들이질
않나,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 어지르기는 또 얼마나 어지르는가. 엊그제 먹은
수박 통이 아직도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이젠 끝이다. 그런대도
헤어지자는 말만은 못하겠다. 그동안 미운 정 고운정이 다 들어서.
에이그, ‘웬수’같은 룸메이트, 너 때문에 내가 못살아 !

컴퓨터 매치·직접 고르기 등 ‘짝짓기’다양
성격·취미·습관 비슷하면 갈등 소지 적어
난 아침형인데 상대는 올빼미형이면 ‘글쎄’

대학 프레시맨, 삶이 결코 환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첫날밤을 지내고 나면 확연하게 깨닫게 된다. 부모로부터 각자 공주와 왕자로 떠받아 들여지며 독방에서 자유자재로 지내다가 좁은 기숙사 방을, 그것도 생판 모르는 타지의 동년배와 함께 지내려면 부자유스럽고, 갑갑하고, 답답해서 잃어버린 나만의 자유를 찾아 괜히 외출이라고 하고 싶다.
9월에 대학 신입생이 될 고교 졸업생들은 요즘 룸메이트 짝짓기에 한창이다. 룸메이트 짝 짓기는 오랫동안 로우 텍에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 대학당국의 기숙사 담당자들이 학생들에게 간단한 질문서를 보낸 다음 이를 플래시 카드화해서 궁합이 맞을 것 같은 학생들을 한방에 기거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기숙사 첫날밤이 지나면 RA(Resident Assistant)방 앞에는 “저 아이하고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라는 볼멘소리의 프레시맨들이 장사진을 치곤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즘은 컴퓨터 질문을 동원, 학생들이 스스로 제 룸메이트 짝을 고르게 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관계를 추구하는 존재인 인간, 집 떠난 객지에서 룸메이트란 성공적인 학창시절을 위한 버팀목이자, 디딤돌이요, 젊은 영혼의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룸메이트 잘 구하는 방법 그리고 선택한 룸메이트와 잘 지내는 방법을 eCampusTours의 Roommate Matchmaking을 통해 알아본다.


■룸메이트 고르기
성공적인 학업과 소셜 라이프에 룸메이트가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오죽하면 부모들이 “공부는 못해도 좋지만 친구만은 골라가면서 사귀어라”고 누누이 강조하겠는가. 이런 연유로 공부습관과 취미, 사회활동 범위가 비슷한 룸메이트를 고르는 것이 좋다. 룸메이트 고르기 작전에 돌입하기 전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친구와 룸메이트를 할까?
이미 좋아하고 정이든 친구와 룸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래 입던 옷처럼 편안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친구의 생활습관, 라이프 스타일을 점검하지 않고 무조건 좋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방에서 지내는 것은 자칫 우정을 잃어버릴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친구가 샤핑을 좋아한다면 옷을 빌려 입을 기회는 많겠지만 만약 그 친구가 그 많은 옷으로 기숙사 방을 어지럽혀 놓은 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헤비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내가 공부해야 하는 순간에도 볼륨을 줄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 산다는 것은 다른 차원임을 알아야 한다.
2. 타인과 룸메이트를 할까?
역시 장단점이 있다. 이견으로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고 해도 원래 존재했던 관계가 아니므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대신 잘만하면 새로운 친구가 생길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엔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정국면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저 아이, 어른인가 아니면 애인가?”라며 서로 마음의 잣대로 견주기도 할 것이며 한쪽이 홀로 있기를 즐기는 ‘방콕’형이라면 친구사단을 몰고 다니는 것이 취미인 ‘나부대는 타입’이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부대끼지 않으려면 맞는 타입으로 잘 골라야 한다.
3. 공통 관심사가 있는가?
소위 노는 물이 같으면 쉽게 친해질 수가 있다. 적어도 한 가지 관심사라도 공통점이 있으면 마음이 맞닿기가 쉬워진다. 음악에 대한 취미는 맞지 않는다고 해도 둘 다 농구를 좋아하거나 캠핑 혹은 파도타기를 좋아한다면 함께 즐길 수가 있으니 그만큼 마음의 간격을 좁힐 기회가 많다.
4. 치우는 습관이 비슷한가?
깨끗하다는 개념은 각자 다른 경우가 많다. 어질러놓은 상태에 따라 한쪽은 전혀 부대끼지 않는데 다른 한쪽은 마치 샤워를 안 한 것처럼 기분이 뻑뻑한 경우가 있다. ‘깔끔형’과 ‘너저분형’이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아무리 깔끔해도 따라다니면서 룸메이트의 쓰레기를 치우고 싶어하는 하녀형 깔끔이는 없으므로.
5. 아침형 인간인가 아니면 올빼미형인가 ?
습관이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듯이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밤늦도록 에너지가 충천한 올빼미형이 있는가 하면 밤 10시만 되면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늘어지는 형이 있다. 비슷한 시간에 침대에 들고 비슷한 시간에 기상하는 룸메이트가 서로 적응하기가 편하다.
6. 손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혼자 책 읽고 음악 듣고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나홀로 타입’이 있고 항상 친구 사단에 둘러 싸여 웃고 떠들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존재감을 느끼는 ‘그룹형 타입’이 있다. 이 두 그룹은 멀리서는 서로 매력을 느끼지만 막상 한 방안에 살기 시작하면 이질감으로 부대끼기 시작한다. 이 경우 두보의 시처럼 “강 건너 꽃빛은 먼 곳에서 더욱 보기 좋아라”에 속하는 타입들이다. 자정 넘어서건 꼭두새벽이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친구가 항상 반가운 타입이라면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룸메이트를 구하는 것이 뒤탈이 적겠다.

룸메이트 어떻게 하면 잘지낼까

튼튼한 울타리가 좋은 이웃관계를 유지하듯이 완벽하게 잘 맞는 환상적인 룸메이트라고 해도 평화로운 관계를 계속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지켜야 하는 규약을 정하는 것이 좋다. 세상과 인간의 가장 큰 특성은 변화이므로 너도 변하고 나도 변하는 마당에 규칙조차 없으면 서로 불만이 쌓였을 때 협상 테이블이 어수선해질 공산이 크다. 내가 선택한 룸메이트 혹은 선택되어진 룸메이트와 잘 지내는 요령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

청소·친구방문 등에 규칙 필수
문제는 그때그때 해결하도록
노력해도 안되면 사람 바꿔야

■규칙을 정한다.
규칙을 정할 때는 문제나 사건의 핵심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와 직접 부딪혀야 한다. 미적거리거나 두루 뭉실하게 넘어갔다가 나중에 다른 소리하면 서로 상처를 받게 된다. 친구는 언제 몇 명까지만 방문할 수 있다던지, 공부시간은 언제로 정한다던지, 서로의 물건은 빌릴 수 있는 것이 있고 빌릴 수 없는 물건이 있다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청소에 관해서도 서로 원하는 조건을 제시, 사소한 것으로 마음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한다.
■의사소통을 한다.
좋은 관계는 원활한 의사소통에 기인한다. 서로 한동안 얘기가 없어 한쪽은 갑갑한 데도 한쪽은 전혀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면 평행선에 놓인 관계가 아니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마음의 감정도 서로 흐르고 교류를 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룸메이트 간에 문제가 있으면 가능하면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서로 얘기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말하지 않고 안에서만 부글부글 끓다가 급기야 터지면 싸움판이 커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습이 어려워 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해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자.
■사려 깊어야 한다.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룸메이트에게도 통한다.
룸메이트가 아플 때는 프로젝트를 클래스에 제출해 주기도 하고 국이라도 한 그릇 끓여서 침대 가에 놓아주는 살가운 배려가 있다면 삶이 훨씬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어려울 때 잘해주면 다음 번에 자신이 아프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원군을 얻을 수도 있다.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전혀 변화가 없는 일상이나 스케줄에 묶이다 보면 삶은 지루해지고 향기를 잃게 되고 맛이 가게 된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변화와 파도타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룸메이트가 그날 보이프렌드와 기숙사 방에서 한판 크게 붙었다. 서로 언성이 올라가고 머리뚜껑이 열리는 것이 보이면 보던 TV를 끄고 라운지에 내려가 TV를 보도록 한다. 룸메이트는 나중에 자신에게 공간을 내준 것에 고마워할 것이다.
■서로 존중한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이 훤하다. 항상 의견이 일치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의견과 관점과 사고영역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아량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상대의 악조건과 자격지심은 건드리지 말고 알아도 모르는 척, 들어도 못들은 척 넘어가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도 안 되면 바꾼다.
인간은 상대를 통해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에 실패하면 모든 것이 흐트러지기 쉽다. 대학생활에서 룸메이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타인과의 진지함이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력해도 이상한 이질감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RA(Resident Assistant)를 찾아가서 자초지정을 예기하고 룸메이트를 바꾸는 것이다.
단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이란 문제해결의 연장선이며 누구나 다 다르며 독특하며 또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인생이 살만한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해놓은 규칙은 서로 잘 지켜야 하지만 상황과 경우에 따른 변화와 융통성 또한 필요하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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