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하니…” ‘중퇴 공장’ 프리몬트고 수석졸업 구티에레즈
2006-06-30 (금)
1등 졸업하는 언니보며 “최고” 결심
열악한 환경·최하위 실력 학교 탓 않고
친구들 튜터링 자처 성적 향상 돕기도
UC버클리 전액 장학생 입학 희소식
빈곤층 지역인 사우스LA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라티노 이민자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그들 자녀들이 다니는 프리몬트 고교는 ‘중퇴 공장’(Dropout Factory)으로 불린다.
76가와 샌피드로에 있는 이 학교 재학생의 90%가 라티노에 3분의1은 막 이민 온 영어미숙자다. 막노동하는 문맹 부모, 형제자매를 돌봐야 하는 이들은 대부분 방과후 자투리 시간에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청소년 가장’들이다.
그래서 대학 진학 꿈꾸기도 쉽지 않고 고교 졸업장을 갖기도 이를 악물어야 해내는 어려운 과제다. 갱과 마약 유혹이 끊임없고 스스로 비전과 희망을 포기한 학생들이 가득하다. 당연한 결과로 교육구 내 모든 학교 중 실력이 최하위이며 중퇴율은 70%를 넘나든다. 교사들도 무경험 초년생들이 정류장처럼 지나간다.
29일 밤 열린 2006년도 졸업식에도 4년 전 입학한 2,000명 학생 중 겨우 500명만이 참석했다. 그나마 그 중 100명은 캘리포니아주 졸업자격 시험에 미끄러져 이날 수료증서만 받았다.
모든 학생들이 처한 엇비슷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이 날 수석 졸업자로 졸업생 대표연설을 한 루즈 엘레나 구티에레즈(18)에게 집중된 스팟라이트는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LA타임스는 28일 평점 4.5의 성적으로 UC버클리 전액 장학생으로 진학하는 루즈와 3년 전 역시 이 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올해 UCLA를 졸업한 언니 에디스의 ‘성공을 향한 시작’ 스토리를 1면에 실었다.
루즈는 졸업생 대표연설을 통해 “주어진 환경만을 탓하거나 그에 굴복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함으로써 자신과 주변은 물론 나아가서 커뮤니티와 국가를 변화시키자”고 강조했다.
이들 자매의 부모는 멕시코에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한 후 병원 세탁부에서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곳에서 밤번, 낮번을 번갈아 함으로써 둘 중 한 명은 항상 집에 자녀들과 함께 있다.
파김치가 되어 일터에서 돌아오면 그들은 매일 자녀들의 어깨를 안고 “내 아들딸아, 열심히 공부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나처럼 고되게 살면 안 돼지?”라고 했다고 루즈는 회상했다.
루즈는 8학년 때 당시 1등으로 졸업하는 언니를 보고 자신도 최고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학교와 또 교육구까지를 상대로 제대로 된 커리큘럼이나 유능한 선생님을 찾기 위한 투쟁도 불사했다. 친구를 돕기 위한 튜터링 클럽도 직접 만들어 같이 실력을 향상시켰다.
명문대학의 아웃리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대학 진학의 꿈을 익혀나갔다. 대신 흥겨운 파티나 남자 친구 만들기 등 소셜 라이프는 없었지만 후회도 없다고 한다.
지난 봄 루즈는 UC버클리와 UCLA 등 입학원서를 낸 모든 대학에서 합격통지서와 함께 전액장학금까지 주겠다는 희소식을 받았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