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0주년을 맞은 김동은(왼쪽 2번째) 할아버지와 임경호(오른쪽 2번째) 할머니가 장남 김일수(오른쪽), 차남 김현수씨와 함께 70주년 기념 아이스 조각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동은 할아버지·임경호 할머니 결혼 70주년 기념식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과 함께 또 한평생을…”
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한인 노부부가 결혼 70주년 기념식을 가져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동은(91) 할아버지와 임경호(86) 할머니. 10년 전 부부지간의 최대 행복이라는 회혼례를 치렀던 이들 부부는 25일 백년가약을 맺은 지 70년을 맞아 대동연회장에서 200여명의 하객들이 꽉 들어찬 가운데 성대한 축하연을 가졌다.
특히 이날 축하연에는 아들 2명과 딸 3명, 손자·손녀 12명, 증손주 7명 등 뉴욕, 뉴저지, LA 등지에서 모인 자녀 가족들이 노부부의 만수무강을 빌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 70주년은 달리 표현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극히 드문 일. 결혼 70주년은 부부가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식들이 무탈해야 치를 수 있다는 전통 때문에 흔치 않은 경사다.
김 할아버지 내외는 이날 행사 내내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하객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과시했다. 할아버지와 결혼 당시 얘기를 해달라는 질문에 임 할머니는 “총각 때는 훤칠한 키에 아주 잘생겼었는데 70년 세월이 훌쩍 가버리니…. 그래도 아직 멋있잖아”라며 활짝 웃었다.
할머니의 ‘멋있다’는 말에 수줍은 표정을 짓던 김 할아버지는 “70년간 잘 살아줘서 고마울 뿐이지”라면서 “아프지 않고 살아준 것이 너무 고맙다”고 화답했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신방을 차린 김 할아버지 내외는 1946년 서울로 월남, 운수업을 하다가 1966년 아르헨티나로 이민, 1970년 다시 뉴욕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결같은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 있다.
김 할아버지는 70년을 꾸려온 가정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이란 서로 보듬고 아껴주는 것”이라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조금만 더 인내하면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차남 김현수(60)씨는 “부모님이 그동안 저희 자식들에게 보여준 사랑을 어떻게 모두 보답하겠냐”며 “두 분 모두 건강하게 결혼 70주년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전했다.
증손자인 윌리 김군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더 건강하게 사셔서 결혼 80주년도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