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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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은 건졌지만 어린딸도 못 안아”

2006-06-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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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중 무장강도에 피격 하체마비된 여경관

젊고 씩씩한 갱 전담… 남편도 경찰
결혼 3년차… 평생 휠체어 신세질 판
LAPD 재기위한 기금마련·헌혈행사

불의의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케이스 어느 하난들 슬프지 않을까. 그러나 젊고 씩씩했던 LAPD 여경 크리스티나 리파티(33)가 거리순찰 업무중 총격을 당해 가슴아래가 마비된 채 13일 캘리포니아 하스피틀 메디칼 센터(다운타운)를 퇴원하는 장면은 주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울렸다.
제대로 안을 수도 없는 엄마 옆에 붙어 있는 15개월의 금발아기, 또 같은 LAPD 경찰인 남편 팀 피어스와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평생 휠체어에서 살아야 한다’는 종신형 선고(?)를 받고 재활센터로 옮겨가는 침대 위의 그녀에게 눈물의 거수경례를 부치는 LAPD 동료들은 보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사우스LA 지역의 몇 안 되는 여성 갱전담 경찰관인 그녀의 인생을 참담하게 바꾼 사건은 지난 3일 밤에 일어났다. 그녀와 파트너 조 메이어는 익스포지션 팍 부근에서 그들의 차로 뛰어든 무단횡단 남성과 맞부딪쳤다. 이 지역에 흔한 부랑자나 마약중독자려니 여기고 차에서 내린 그녀는 도주하는 용의자를 뒤쫓다가 한순간 쓰러지고 말았다. 몇 발짝 뒤에 있다 섬광을 목격한 메이어는 용의자에게 응사했다. 현장에서 사망한 제임스 펜튼 맥닐(52)은 범죄 전과가 많은 가석방자로 몇 분전 인근 주유소에서 무장강도 행각을 벌이고 도주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리파티는 당시 방탄조끼를 입었지만 총알은 그녀의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척추를 관통,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주변을 순찰하다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에 도착했던 남편 피어스나 경찰들도 그녀가 숨졌거나 곧 숨질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의사들은 그녀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그녀의 목숨을 살렸고 회복도 빠르게 했다고 전했다.
그녀가 살아났다는 소식에 환호했던 동료 경찰관들은 그러나 평생 휠체어를 벗어날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절망했다. 경찰 업무에 몸을 사리지 않는 용감한 동료를 잃게 된 것도 그렇지만 아직 손이 한창 필요한 그녀의 딸이나 결혼 3년만에 ‘톰보이’ 아내를 휠체어에 앉히고 뒷바라지해야 하는 남편과 또 양가 노부모의 슬픔을 같이 나눌 수 없어서다.
그러나 남편 피어스와 그녀는 “죽은목숨이 다시 살아났으니 남은 생은 보너스라 기쁘다”고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그녀가 눈물을 비친 것은 15개월된 딸을 떼어놓고 재활센터에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한다는 각오를 말할 때였다.
한편 LAPD는 리파티의 치료와 재기를 돕기 위한 일련의 기금마련과 헌혈 등의 행사를 14일부터 시작했다. 또 가족들을 위한 도네이션도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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