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현의 와인 이야기 미국 와인, 프랑스 와인

2006-06-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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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캘리포니아 와인이 또다시 프랑스의 와인에 대해서 그 우월함을 입증 받았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976년 5월24일,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인으로 구성된 와인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와인 평가대회에서 캘리포니아의 붉은 와인과 흰 와인이 모두 1등을 차지한 이래 만 30년이 지난 올해 5월의 같은 날, 그 당시 쓰였던 똑같은 와인을 다시 재감정한 대회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는 하였지만 프랑스 인들은 계속해서 ‘캘리포니아의 와인은 잘 숙성되지는 않는다’라고 부르짖어 왔습니다. 그러한 강변이 사실인지 아닌 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1976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그들이 다시 주축이 되어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와 영국의 런던에서 동시에 테이스팅을 진행하였던 것입니다.
그 당시 1등을 하였던 1973년산 나파 밸리의 Stag’s Leap Winery의 와인은 30년이 지난 테이스팅에서도 다시금 2등을 차지하였고 그 밖의 다른 캘리포니아의 와인들도 1등부터 5등까지를, 그리고 10등을 차지함으로써 캘리포니아의 와인은 숙성되지 않는다라는 프랑스 인들의 강변을 틀어막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건이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그러한 결과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라면 프랑스는 와인의 종주국입니다. 만일 한국에서 제일 좋은 김치 몇 병과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맛있다는 김치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캘리포니아는 토질과 날씨가 우수하고 그 밖의 농사 짓는 조건이 너무도 훌륭하기 때문에 좋은 배추와 재료를 얼마든지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맛도 매우 훌륭합니다. 한국의 어느 특정한 김치와 맞대결을 펼치면 캘리포니아의 김치가 1등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쉽게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김치가 결코 지니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김치만이 가지고 있는 무궁한 다양함과 맛과 역사와 문화와 자긍심입니다. 한국은 거의 모든 지방에서 특색 있는 김치를 만들어내고 조상 대대로부터의 숨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아무리 김치를 잘 만들어내고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1등을 한다 해도 한국의 김치가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함은 결코 따라갈 수 없듯이 이번의 미국과 프랑스의 와인 대회도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미국 와인의 우수성을 입증한 캘리포니아에게 큰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위한 미국인들의 끈기와 과학적인 접근방식, 그리고 노력과 성실함에 경의를 표하며 프랑스 와인에게는 변치 않는 애정과 존경을 보냅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에게 상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프랑스 와인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함과 역사와 문화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 개의 훌륭한 김치나 와인의 맛의 차이가 과연 얼마나 다를 수 있겠습니까? 그 차이는 미미할 뿐이며 더구나 서로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김치를 먹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에 김치 그 자체가 있어서 행복한 것처럼 어느 와인이 조금 더 훌륭하고, 조금 더 맛있느냐를 따지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와인은 그저 우리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하나의 음식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Gentlewind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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