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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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센트럴 팜’강제 폐쇄

2006-06-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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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채소 재배하던 도심속 농장

LA 셰리프 기습 퇴거령 집행
농부·시위대등 360여명 끌어내

지난 14년간 사우스LA의 도심지를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커뮤니티 농장 및 가든으로 만들어 온 ‘사우스센트럴 팜‘이 12일을 마지막으로 강제 폐쇄됐다.
LA카운티 셰리프 50여명은 이날 새벽 5시께 사우스 LA의 41가와 알라메다 스트릿 인근의 14에이커 규모의 농장으로 기습 진입, 땅 소유주의 퇴거령에 맞서 수주일간 집단 농성을 벌여온 거주자들 등 360여명을 강제 퇴거시켰다. 셰리프들은 퇴출 위기 농부들을 지원하고 도심 속 녹지대 보존을 위해 최근 나무 위 시위에 합세한 여배우 대릴 한나와 ‘트리 시터’로 유명한 잔 킹글리 등도 중장비를 동원해서 강제로 퇴출시켰다.
법원의 영장을 들고 LAPD 무장차량 등의 지원을 받은 셰리프는 이날 볼트 절단기 등으로 농장 문과 울타리를 뜯고 진입했다. 농부나 농성자들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쇠사슬로 나무에 스스로를 감거나 콘크리트가 가득 담긴 55갤런 드럼에 두 손을 묶고 저항했다.
셰리프는 이 날 이들은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9명을 체포했으며 다시 거리 소요 등을 주동한 25명도 체포, 연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LA 소방국과 LAPD도 파견되어 주변의 인파와 차량흐름 등을 통제했다.
한편 대릴 한나와 잔 킹글리 등 4명은 셰리프가 진입하자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수시간 동안 저항을 계속했으나 셰리프는 이날 낮 12시15분께 중장비를 나무 위로 접근시켜 이들을 철수시키는데 성공했다.
셰리프가 강제로 농부와 시위대들을 농장 밖으로 내쫓는 동안 농장밖에 모여든 사람들은 격한 구호로 강제퇴거 조치를 비난했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도 “공권력 투입은 냉혹하고 불필요한 조치였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사우스센트럴 팜은 1992년 LA폭동 이후 시정부가 내셔널 푸드뱅크에 리스해 준 부지에 주로 라틴계 주민들이 모여 만든 도심지 농장. LA시는 1986년 이 땅을 쓰레기 소각장용으로 강제 수용했지만 원래 소유주 랄프 호로위츠는 2003년 500만달러에 이 땅을 다시 사들였다. 호로위츠는 개발사에 이 땅을 1,600만달러에 팔기로 하고 그동안 땅을 점유해 온 농부들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농부들은 “갈 곳이 없다”면서 떠나기를 거부했고 최근 수주 동안은 미디어까지 동원하고 환경단체와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의 응원을 받아내면서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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