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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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Typhoon) ★★★(5개 만점)

2006-06-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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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Typhoon) ★★★(5개 만점)

신사복 입은 해적 명신(왼쪽)과 특공대원 세종이 호텔서 서로 스쳐지나가고 있다.

한반도로 향한 분단가족의 분노

액션-멜로 버무린 현대판 해적물

영화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의 할리웃형 액션모험 복수극으로 황당무계한 내용이지만 킬링 타임용. 조국 분단의 비극을 밑바닥에 깔고 액션과 멜로 드라마를 섞은 현대판 해적영화다.
한류스타 장동건과 이정재가 주연하는데(둘의 연기는 무덤덤하다) CJ 엔터테인먼트와 패라마운트 클래식스가 미국 내 공동 배급한다.
부산, 태국, 러시아 등지에서 현지 촬영했고 요란한 특수효과 등으로 제작비가 꽤나 많이 들었겠다. 그런데 과연 이 영화가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런 종류의 대형 액션영화는 미국 팬들이 식상할 정도로 보고 있는 데다가 한국의 국토 분단과 그로 인한 후유증 및 분단 가족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그들에겐 내용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액션과 멜로 드라마를 교대로 차곡차곡 쌓아 올렸는데 멜로 드라마 부문은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이런 센티멘탈리티도 미국 팬들을 확보하는데 장애요소.
한국사람으로서도 나처럼 나이 먹은 조국 분단의 직접 피해자들은 그나마 작품의 비극성에 공감하겠으나 6.25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겐 역시 그런 플롯이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다.
태국에 근거지를 둔 한국인 해적 두목 최명신(장동건)이 졸개들을 이끌고 항해중인 미국 선박을 점령, 핵미사일 유도장치를 강탈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영화에 약간 반미적 색채가 끼어있다). 명신은 이것을 흥정 대상으로 내밀고 러시안 무기밀매상들로부터 체르노빌의 핵폐기물을 다량으로 받아낸다. 그의 목적은 이 폐기물을 남한 땅에 공중 살포하는 것.
북한 출신의 명신의 가족은 명신이 소년시절 주중 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 진입, 한국에 망명신청을 했으나 한국 정부로부터 이것이 거부된다. 가족이 다시 북송되는 과정에 명신의 부모는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누나 명주(성인역 이미연)와도 생이별을 하게 된다. 그래서 명신은 남북한을 모두 저주하는데 특히 남한을 더 저주한다.
명신의 가공할 핵 테러를 분쇄하려고 선발된 사람이 한국 해군특공대 장교 강세종(이정재). 세종은 매춘과 마약에 찌들어 불치병자가 된 명주를 러시아 깡패들로부터 산 뒤 명신을 만나게 해준다. 이 과정에서 적 사이인 명신과 세종간에 묘한 형제애가 생성된다(세종이 사살할 수 있는 명신을 살려주는 것은 좀 곤란하다). 그리고 둘은 해적선에서 최후의 대결을 한다. 액션 라스트신이 매우 센티하다. R.페어팩스(323-655-4010), 세리토스 10, 가든그로브 14, 스펙트럼 21(어바인) 글렌데일 익스체인지, 브레아 22, 애틀랜틱 10(알함브라), 푸엔테힐스 20, 미션밸리 AMC(샌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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